(서울=연합인포맥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이 고개를 들면서 미국의 주식, 채권,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이미 대통령을 한번 탄핵했던 브라질에서도 새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직면해 있다.

프랑스 대선과 네덜란드 총선 등 유럽발 정치 불안의 고비를 잘 넘겼나 싶었더니 이번엔 미주 지역이 정치불안의 소용돌이에 빠지며 시장참가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새로운 대통령 당선으로 권력공백기를 끝낸 우리나라가 정치·경제 안정국면에 접어들고 있으나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정치불안이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기밀을 유출하고 연방수사국(FBI)에 수사 중단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를 수사할 특별검사가 임명되고, 트럼프에 대한 탄핵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 정치권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잘 나가던 뉴욕주식시장은 트럼프 악재가 터지자 급락세를 보였고 안전자산인 국채로 자금이 몰리며 국채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브라질은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이후 1년 만에 다시 탄핵 정국에 돌입했다.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은 부패 연루 의혹으로 퇴진을 요구받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8일(현지시간) 브라질 주가는 9% 넘게 폭락하고 헤알화 가치도 추락했다. 브라질 국채금리는 단숨에 연중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테메르 대통령은 부패에 직접 연관됐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어 퇴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설령 자리를 유지하더라도 리더십이 심각하게 손상됐기 때문에 정국 불안과 경제 침체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브라질의 정세 불안은 주변 신흥국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을 대하는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터키,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콜롬비아 등 '프래자일 파이브(Fragile Five)'로 불리는 신흥국 시장동향에 대한 경각심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인상기에 접어든다는 점에서 신흥국에서 예기치 않은 뇌관이 터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경우 특검 이후 탄핵까지 가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시장에 직접적인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시장에 악영향을 주는 요인은 트럼프의 탄핵 자체보다 트럼프의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각종 경제성장 정책이 지연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시장참가자들은 여전히 긴장감을 풀지 않고 있다.

트럼프 당선과 동시에 경기부양책을 기대하며 금리가 오르고 주가가 급등했는데, 이러한 트럼프 트레이드가 되돌림 현상을 맞게 되면 금리와 주가의 동반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 주 후반부에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회복했으나 앞으로 '트럼프 트레이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주시해야할 것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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