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권용욱 기자 = 서울채권시장 곳곳에서 이상 신호가 나오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1년 8개월 만에 원화채권을 순매도했다. 대표적 장기투자기관인 보험사는 최근 장기물을 대량으로 매도해 눈길을 끌었다.

채권 전문가들은 외국인과 보험사의 원화채 매도 공세가 본격화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금리레벨 부담 등으로 매수 심리가 약해진 측면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외국인과 보험사가 서울채권시장의 대표주자 격인만큼경계 심리를 강화해야 할시점이라고 조언했다.

5일 금융감독원과 연합인포맥스 투자주체별 종합화면(4255번) 등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633억원의 원화채권을 순매도했다. 월 기준으로 외국인이 원화채를 순매도한 것은 지난 2010년 12월 이후 1년 8개월 만의 일이다.

외국인의 원화채 잔고도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달 말 외국인 잔고는 86조8천억원으로 7월말(89조6천500억원)보다 3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프랭클린템플턴 등 펀드 자금이 일부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준 동부증권 투자전략본부장은 "템플턴 등 환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던 외국인은 지난 2~3년간 대체로 10% 정도의 환차익을 바라보고 들어왔으나 최근 환차익 기대가 2%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환차익 기대가 낮아진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로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매도 시점에 맞춰 채권시장 큰 손인 보험사가 장기물 매도에 동참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험사는 지난 3일에만 4천700억원 규모의 국고채를 순매도했다. 이는 올해 들어 하루 기준으로 가장 많은 금액이다. 국고채 20년물과 10년물 등 장기물에 보험사 매물이 집중됐다.

채권시장은 평소 매매가 잦은 특정 보험사의 단발성 매물에 무게를 두면서도 장기투자기관의 매수 심리가 전반적으로 약해졌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채권연구원은 "보험사 운용역들을 만나 보면 금리 레벨이 정말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국고채 30년물 매입 여부에 대해서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채권시장이 9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하고 있지만, 금리 인하 후에 레벨을 확인하고서 매입 여부를 생각해보겠다는 의견도 있다"며 "대표주자 격인 외국인과 보험사의 소극적인 매매 패턴을 고려하면 시장에 대한 경계 심리를 높여야 할 때다"고 말했다.

한 대형증권사 채권딜러는 "외국인이나 보험사 모두 본격적으로 매물을 내놓을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최근 일련의 매매에서 시장 고점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며 "국고채 10년물을 기준으로 3.0%가 당분간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해 단계적으로 레벨이 높아질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또다른 증권사 딜러는 "현재 금리 수준은 이미 두 차례 정도의 금리인하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며 "이달에 금리인하가 없을 것으로 보는 기관들은 차익실현 욕구를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시점이어서 어느 때보다 통화정책 방향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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