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1,130원선이 견고한 지지력을 이어가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달러화 하락 기대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오는 6일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 대한 기대가 유지되고 있기는 하지만, 예상 밖의 강한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달러화는 상승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 것이다.

5일 딜러들은 중국 경기 부진에 따른 호주달러화 등 위험통화의 약세 압력, 수출 부진에 따른 네고 위축, 증시 자본유입 중단 등 대내외 여건이 달러화 하락에 우호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ECB가 국채매입 등 시장이 예상하는 조치들을 내놓더라도 달러화가 상승 우위를 나타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ECB 기대 유지되고 있지만..1,130원 단단 = ECB가 통화정책회의에서 국채매입 등의 조치를 내놓을 것이란 기대는 유지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3일 유럽의회 보고에서 국채매입이 EU 조약의 위배하지 않으며 유통시장에서 2~3년 만기 국채를 사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고했다.

전일 이같은 소식이 전해졌지만, 환시 달러화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참가자들이 ECB 정책 기대로 달러 매도세를 보였지만,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결제 수요에 밀리며 달러화는 1,133원선까지 반등했다.

달러화는 이날도 중공업체 네고 물량 출회에도 결제 수요들이 하단을 받치면서 1,135원선 위로 레벨을 높여 거래 중이다.

▲ECB 이후 亞경기 우려 반영↑ = 달러화가 좀처럼 1,130원 지지선을 뚫지 못하면서 하루 앞으로 다가온 ECB 효과에 대한 회의감도 커졌다.

ECB가 국채매입 방침을 밝히더라도 금리 상한제나 무제한 매입 등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조치를 내놓지 못한다면 달러화가 반등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지표 부진이 이어지면서 아시아통화들의 강세 기대가 꺾이는 추세를 뒤집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대표적인 위험통화인 호주달러화는 8월초 고점 대비 3.5%가량이나 절하되는 등 꾸준한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경기 우려에 대한 연장선에서 다음 주 금통위에서 우리나라의 금리 인하에 대한 경계심이 커진 점도 달러화의 하락 기대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A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시장이 이미 충분히 반영한 ECB 보다 다음 주 금통위를 더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최근 수출 부진 등으로 고조되고 있는 경기 하강 우려를 환율이 적극 반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달러화가 1,130원선을 바닥으로 1,140원선 부근까지 거래 레벨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B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ECB가 어느 수준의 조치를 내놓을지는 여전히 관심사지만, 시장의 기대를 고려하면 단순 국채매입 정도로는 모멘텀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하지만 ECB가 금리 상한제 도입이나 무제한 국채매입 등 파격적인 조치를 내놓지는 못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ECB 이후 달러화는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원화 강세를 지지하던 증시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도 중단된 상황이다. 8월 중순까지 폭발적 매수를 기록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주부터 이날까지 매수와 매도가 엇갈리면서 오히려 소폭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C 시중은행 한 딜러는 "최근 수출 부진으로 업체 수급은 균형 수준이고 역외도 배팅에 나서지 않고 있어 외국인 증시 자금이 사실상 달러화에 방향성을 제공할 수 있는 수급 요인"이라면서 "8월 초같은 증시 자금 유입이 재개되지 않는 이상 달러화가 박스권 하단을 뚫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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