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현재의 금융시스템 하에서는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업 대출보단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에 의존하는 시중은행의 '전당포 식' 영업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중은행이 가계부채에 의존하게 된 영업 환경에는 BIS 자기자본비율 규제 등의 제도적 측면에도 책임이 있다"며 은행의 위험 가중자본 가중치를 상향 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다음은 최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은행의 영업행태를 개선할 생각인가. 관치금융의 부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예를 들면 BIS비율의 위험 가중자본 가중치 조정을 검토 중이다. 이는 현재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는 15%지만, 호주는 25% 정도다. 그러나 이를 새로운 규제 관치라고 볼 수 있나. BIS비율의 위험 가중자본 가중치는 건전성을 위해 계속 있었던 제도다. 새로운 관치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금융시스템이나 은행 영업 활동을 시장에만 맡기는 게 중요한가는 다른 문제다. 시장 주의자만 가득 차면 안 된다. 현재 금융시스템 그대로 두면 과도 부채 양산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선진국에서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올해 상반기 은행권의 영업 실적이 좋은데.

▲때마침 최근 상반기 영업 실적이 발표되고 나서 분위기가 흉흉하다. 그대로 두면 은행이 영업할 환경은 더 안 좋아진다. 더 건전한 영업을 해야 지속해서 은행 발전할 수 있다는 뜻에서 금융당국이 가이드를 제공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은행들이 손쉬운 영업으로 최대 이익을 벌었다. 현재에 안주해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생산적인 금융으로 끌어들인 유인책이 있나.

▲국내 은행이 이번 상반기 순이익의 상당 부분은 충당금 환입이 크게 작용했다. 물론 은행이 돈을 많이 버는 게 나쁜 건 아니다.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차원에서 좋다. 또한,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여전히 ROA나 ROE가 낮다. 수수료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은행은 전체 수익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11% 정도에 불과하지만, 선진국은 20% 중반, 최대 30%까지 상승한다. 국제적으로 비교하지만, 이번 순익을 과도하다고 보긴 의문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수익의 원천이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에 취중 된 것은 문제다. 이러한 경향을 시정하기 위해 어떻게 할지를 고민 중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은행이 영업을 다변화해 혁신적인 중소기업 대상 대출을 늘리고 다양한 자금 운용을 통해 수익을 확대하는 게 맞다.

-현재의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인가.

▲기준에 따라 다르다. 가계부채 규모가 가처분 소득 대비 크지만 어떤 순간에 폭발할 문제는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었을 때 외부 요인이지만 국가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내부 취약성 때문이다. 일단 가계부채는 국내 문제다. 부채의 70% 이상은 상환능력에도 문제가 없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이 작다. 관리 가능하단 뜻이다. 다만 소비를 발목 잡아 성장 제약요인이 되고 있고, 한계 차주를 양산해 사회적 문제가 되는 점에서는 방심할 수 없다. 봐 넘길 수준은 아니다.

-총량 관리 한다는 뜻인가.

▲절대 규모를 관리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계부채는 총량을 정해놓고 한도 내에서 관리하는 게 아니며, 규모를 줄이기 사실상 어렵다. 증가 속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거다. 어차피 규모는 늘었으니 경제 규모나 가처분 소득 대비 적정하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은행 영업의 창구 지도를 이어나가 은행의 영업행태를 바꿔야 한다. 또한, 부동산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요인이다. 그런 원인별로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지 8월 대책에 담겠다. 전체 소득을 늘리는 것은 제일 어려운 과제인데 이것도 담겠다.

-장기연체채권 소각의 규모나 재원은 확정됐나.

▲우선 장기연체채권 소각 문제는 국민 행복기금이 보유한 10년 이상 채권, 그리고 민간 부분에서도 진행할 거다. 구체적인 규모와 재원은 협의 중이다. 만약 은행이 가진 채권을 추심하다 팔아넘기면, 추심 사들이 대부업체에 매각한다. 그때마다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매각을 거듭할수록 추심 활동도 가혹해진다. 그렇게 채권이 유통되지 않도록 최대한 매입할 거다. 내달 초를 목표로 향후 1~2주 안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

jsje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