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사드 문제를 계기로 중국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과 생산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청와대와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부회장은 전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에서 중국에서의 판매부진을 언급하면서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을 주문했다.

정 부회장은 "중국에서 사드의 영향으로 매출이 줄면서 협력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협력업체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2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2분기에 비해 각각 23.7%와 48.2% 줄었다. 같은 기간 기아차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무려 47.6%와 52.8% 급감했다.

이처럼 순이익이 급감한 것은 사드 문제를 계기로 중국에서 반한 감정이 확산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시장 판매가 곤두박질한 탓이다.

실제로 2분기 현대차의 중국 내 판매는 10만5천158대에 그쳤다. 지난해 2분기 판매 29만3천758대와 비교하면 거의 1/3 수준이다. 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도 올해 2분기 5만2천438대로 작년 같은 기간의 14만5천280대에 비해 1/3로 줄었다.

이렇다 보니 2분기 현대·기아차의 총 판매는 15만7천대로, 지난 2009년 2분기에 기록한 20만5천34대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중국시장에서의 자동차 판매감소가 현대·기아차에서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중국에서의 승용차 판매는 총 942만846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 정도 늘었다.

결국 현대·기아차의 실적 부진이 사드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중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판매 비중은 8.4%에서 4.0%로 급락했다.

이렇다 보니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공장도 온전하게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현대차는 지난해 3월 중국 공장에서 총 10만8천349대를 생산했으나, 올해 3월에는 3만986대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기아차도 중국 공장에서 작년 5월에는 5만대 이상을 생산했으나 올해는 기껏 1만대 정도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자동차 생산물량이 줄면 현대·기아차는 물론 자동차부품 등을 생산하는 협력업체의 어려움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정의선 부회장이 중국에서의 매출 감소로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지원을 호소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들어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기술력이 개선된 것이 현대·기아차의 판매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자동차 시장조사 업체 제이디파워(J.D.Power)가 발표한 '2017 중국 정비 만족도 평가'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전체 55개 일반브랜드 가운데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아직은 국내 업체와 중국업체의 기술력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정의선 부회장도 문 대통령에게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기회를 살려 다시 기술을 개발해 도약할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전기차, 자율주행차, 수소연료차를 적극 개발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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