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6개 시중은행이 주축이 돼 설립된 국내 1위의 부실채권(NPL) 투자 및 관리전문회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발행하는 회사채가 잇따라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은행권에서 나오는 부실채권을 거의 싹쓸이 하면서 수익성이 안정적이고 재무상태도 좋은 신용등급 'AA-'의 우량물임에도 기관들은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6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이달 11일 2년물로 3천억원의 회사채 발행하는 유암코는 지난 3일 수요예측을 실시했는데 기관들의 참여는 전무했다.

수요예측에 기관들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발행액 전부가 미매각으로 처리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6일 1년6개월물로 1천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6월28일 실시한 수요예측에서도 기관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회사채 발행 제도 개선으로 수요예측이 도입된 이후 실시된 두번의 수요예측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신 것이다.

이번에 발행하는 3천억원 회사채의 발행금리는 '국고2년물+30bp'로 결정됐는데 밴드(18∼28bp) 상단에서 2bp가 가산된 수준이다.

수요예측일 기준으로 보면 3.05%로 개별민평금리에 비해 2bp 정도 낮다.

7월 발행분의 발행금리는 '국고1.5년물+25bp'였는데 역시 밴드(20∼25bp) 상단에서 확정됐다.

당시 유암코의 동일 만기물 국고대비 민평스프레드가 39bp(수요예측일 기준)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강하게 결정됐다.

유암코의 회사채가 이처럼 기관들의 '러브콜'을 받지 못하는 것은 투자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우선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물이지만 만기가 짧고 금리 조건도 좋지 않아 기관들의 '금리 베팅' 대상 종목 리스트에 오르지 못한다는 점이 거론되고 있다.

유암코는 2010년 9월 설립된 이후 거의 2∼4개월에 한번씩 회사채를 발행해 왔는데 만기가 1년 혹은 2년이었다. 최장 만기로 발행한 것은 3년물이었는데 2010년 11월에 1천억원을 발행한 게 전부다.

증권사의 기업금융 관계자는 "만기가 워낙 짧은 발행물이다 보니 기관들이 매수할 유인이 크지 않다"면서 "운용상 불편하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상당수의 증권사들이 수요예측에 기관이 들어오지 않을 것으로 애초부터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인수단에 웬만한 증권사들이 모두 참여해 소액으로 물량을 쪼개가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이번에 발행하는 3천억원의 회사채 인수단에는 삼성ㆍ동양ㆍ대우ㆍ신한금융ㆍ키움ㆍ현대ㆍ우리투자ㆍ대신ㆍ한화ㆍHMC투자증권 등 10곳이나 참여했다.

7월에 1천500억원을 발행할 때도 동양ㆍ삼성ㆍ하나대투ㆍ대신ㆍHMC투자증권 등 5곳이 인수단을 구성했다.

기관들의 수요가 없다 보니 인수단으로 참여한 증권사들은 인수 물량을 내부적으로 보유하다 매각하거나 RP계정 등에 편입해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기적으로 발행이 계속되면서 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도 기관들의 수요예측 참여를 저조하게 하는 이유다.

증권사의 회사채 인수 담당자는 "어차피 2∼3개월 주기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어서 기관들은 수요예측에 굳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회사채를 살 기회가 많다는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유암코는 지난해 8천800억원 어치를 발행했고, 올들어서는 이번에 발행하는 물량까지 합치면 6천억원 어치를 발행하게 된다.

유암코는 지속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필요가 큰 만큼 수요기반을 확대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때 만기 구조를 3년 또는 5년 정도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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