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는 경제를 종교처럼 대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성장과 시장의 자율에 대해서는 맹신도 같은 믿음을 보일 때가 많다. 이 때 큰 정부는 죄악이나 마찬가지다. 마치 무신론자나 사회주의자를 대하는 것처럼 저주를 퍼붓곤 한다.

최근 일자리 확보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둘러싼 반응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자리만을 위한 추경은 사실상 처음이다. 가지 않은 길을 가려니 두려움이 앞서는 게 당연하다.

◇ 정주영의 "이봐 해봤어" 새삼 주목

두려움과 시련이 우리의 앞길을 막을 때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이봐, 해봤어"라는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시련은 뛰어넘으라고 있는 것이지 걸려 엎어지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재정정책도 이런 도전정신을 본받아 '해봐야'할 때가 된 것같다. 정주영씨는 불굴의 도전 정신을바탕으로당시로선 기적에 가까운 여러 성공신화를 남겼다. 그런 신화를 이룩할 수 있는 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할 것이다.

한국은 물론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도 대도약을 일컫는 퀀텀점프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했을 때만 나타났다. 정부가 에너지,통신 등의 인플라 구축에 자금을 지원했고 수행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보증하면서 고속성장이 가능했다. 정부가 주도하거나 지원한 성장 동력을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 가지않은 길이란 새로운 도전에 처한 재정정책

재정정책은 수직적 산업 구조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은 과도기적 상태에서 일자리 마련을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이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자동화 등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청장년층이 일자리에서 내몰리고 있다. 청장년층 일자리 부족은 소득의 하향식 재분배를 의미하는 트리클 다운(trckle-down) 효과의 소멸을 의미한다.

소득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소득 기준 상위 1%가 국민 전체 소득총액의 14.2%를 차지했다. 2000년 9%대였던 비중이 큰 폭으로 늘었다. 최상위 10% 소득비중은 2003년까지 30%대에 머물다 최근 50%대까지 근접했다.

2009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화된 소득의 양극화가 더 이상 민간 영역에서 자생적으로 치유될 수준이 아니라는 의미다.

정부가 이런 상태를 방치한다면 책임회피다. 재정정책은 물론 통화신용정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양극화 치유에 나서는 게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할 일임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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