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조 달러 투입을 공언하면서 시장에서 인프라 투자 기대가 커졌지만, 최근 국내 연기금들은 마땅한 투자 물건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금리 상승에도 안정적으로 현금 흐름을 거둘 수 있어 기관투자자들의 인프라 수요는 많지만, 하반기 들어 전 세계적으로 투자 물건 자체가 적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를 바탕으로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행정명령으로 인프라 프로젝트 우선순위 결정 및 절차의 신속한 이행을 지시했으며, 다코타액세스, 키스톤XL 파이프라인 공사 건설 등의 재개에 나섰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융커플랜과 신재생에너지 정책 등으로 인프라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 융커플랜은 3천억 유로가 넘는 자금을 투자해 도로, 통신망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유럽연합(EU)의 경기 부양책이다.

인프라 투자는 정부 재정뿐만 아니라 민간 자본도 함께 투입되기 때문에 연기금들의 투자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때문에 국내 연기금들도 앞다퉈 인프라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행정공제회는 인프라팀을 새로 만들고, 올해 인프라 자산에 최대 5천억 원가량을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올해 인프라 투자를 약 4천800억 원까지 늘려 전체 운용자산의 10%로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연기금들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한 투자에 나서면서 인프라 포트폴리오 확대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글로벌 시장 경쟁 격화로 인프라 물건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서 투자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프라 정책 추진도 '러시아 스캔들'과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증언 등 정치리스크 등으로 동력이 한풀 꺾였다. 최근에는 '샬러츠빌 발언' 후폭풍으로 인프라 자문위원회 구성도 취소됐다.

투자 건을 발굴해 소개하는 자산운용사들도 해외에서 연기금들이 원하는 인프라 물건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보유 자금을 펀드에 투자하는 연기금들은 일종의 '갑'의 위치에 있었지만, 인프라 등 대체투자 시장에서는 전문성을 지닌 자산운용사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임원은 "인프라 투자 물건 자체가 최근 시장에 많이 없다"며 "수요자들에게 적합한 인프라 물건을 찾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금의 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금리 상승기에 인프라 투자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내부의 해외 인프라 투자 네트워크 등을 동원해 투자 물건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연기금의 CIO는 "인프라 투자를 위해 자산운용사들과 같이 모여 회의도 하는 등 투자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책금융부 홍경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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