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구본열 기자 =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달러-원 환율이 급등한 가운데 허리케인 '하비'도 기존 예상과 달리 달러화 상승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허리케인 여파는 일시적으로는 달러화에 부정적이지만, 과거 경험상 복구 작업으로 경제적 피해가 제한되면서 오히려 자금 수요에 따른 금리 상승 가능성도 있어서다.

또, 복구 작업을 위한 긴급 예산 편성이 필요함에 따라 연방정부 폐쇄(셧다운) 우려가 완화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4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거래 종합(화면번호 2110)에 따르면 이날 달러화는 전일 대비 8.00원 이상 오르며 1,130원대 초반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북한이 전일 6차 핵실험을 감행한 것으로 확인되자 지정학적 우려가 고조됐다.

시장 참가자들은 당장 북한 리스크로 달러화 레벨이 급격히 높아지지는 않겠지만 시장 경계는 당분간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달러화 약세 재료로 평가되던 하비가 달러화 반등을 이끌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 북한 리스크로 인한 상승세에 힘을 실을 것으로 봤다.

이들이 하비의 비교대상으로 꼽는 것은 2005년 미 남부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허리케인 카트리나다.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카트리나가 처음 미국에 상륙한 2005년 8월 23일 1,027.30원이던 달러-원 환율은 크게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11월 중 1,160원대를 뚫고 올라서기도 했다.

같은 기간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4.1810bp에서 4.6bp대로 상승하기도 했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복구 활동이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정부 및 기업에서 자금 수요가 생기다 보니 국채 및 회사채 금리는 상승할 여지가 있어, 경제 우려에 하락했던 달러화가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KB증권에 따르면 카트리나 피해 당시 미 정부는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피해액의 74.8%에 해당하는 정부예산을 투입한 바 있다.

그 금액만 1,102억 달러에 달해 금리 상승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적 피해도 제한됐다.

카트리나가 발생한 분기에 미 경제성장률은 연율로 전 분기 대비 0.3%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고, 다음 분기에 1.1%포인트 하락했으나 곧바로 그다음 분기에 2.6%포인트 올랐다.

현재 하비에 따른 피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피해를 복구하고 수재민을 지원하기 위해 우선 59억 달러의 긴급 예산을 의회에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가 본격적으로 복구 활동을 시작하려 하자, 그동안 시장 우려를 낳으며 달러화 약세를 이끌었던 셧다운 가능성도 작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 정부가 하비에 따른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만큼 셧다운은 피하려 할 것이라며 셧다운 가능성을 기존 50%에서 35%로 낮췄다.

A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셧다운 발언에 과민하게 반응했던 것 같다"며 "셧다운 가능성이 작아진다면 달러화 하락분이 되돌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하비가 달러-원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B시중은행 외환딜러는 "현재 시장에는 미 긴축과 북한 리스크 등 다양한 이슈들이 많아 최근의 달러화 움직임에서 하비가 차지하는 부분은 작다고 본다"며 "시장이 다른 이슈들에 더 주목하고 있는 만큼 하비로 인한 달러화 변동성은 제한될 것"이라고 전했다.

byk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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