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증권업계에서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골프 사랑은 유명하다. 박 회장의 사랑만큼이나 차가운 여의도에서 살아남기 위한 증권맨들의 '골프 배우기' 열기도 뜨겁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회장의 지시로 팀장급 이상의 골프 타수를 조사하고는 한다.워크샵 등 단체 행사에 앞서 팀을 편성하기 위한 의도라고는 하지만, 타수를 빌미로 면박을 당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 책임이라는 후문이다.

박 회장은 여자 직원들을 대상으로 골프 대회를 개최하는 등 직원들에게 골프 배우기를 독려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대회를 앞두고 직원들은 전의를 불태우며 골프용품 구매와 레슨 등록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은 골프를 치지 않는 직원을 자기 계발에 게으른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초에 열린 워크샵에서는 골프를 통해 건강 관리를 하라며 조언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대우증권을 인수한 후 미래에셋 계열 블루마운틴 컨트리클럽에 전체 증권사 임원을 불러모아 골프 대회를 열기도 했다.

박 회장의 남다른 골프 철학에 두 회사가 합병한 이후 대우증권 출신 직원들이 앞다퉈 골프 레슨을 등록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미래에셋 직원들의 평균타수가 90타라는 소문도 있다"며 "일부 직원들은 골프 또한 경쟁이라며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연봉 수준에 어울리지도 않는 골프를 배운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평생 운동을 하나도 하지 않다가 과·차장급 말년에 고객 접대를 위해 골프를 배우는 사람들이 평균 100~110타를 친다고 볼 때 90타는 스크린이나 연습장 등에서 꽤 쳐본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뿐만 아니라 대부분 증권사 영업직군에서는 '영업=골프'라는 공식이 여전히 작동한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잠시 주춤했던 고객사와의 골프 자리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분위기 탓에 영업 일선에 뛰어든 새내기 직원들도 선배들을 따라간 필드에서 '산통을 깨지 않기' 위해 남몰래 연습에 정진하고 있다.

한 증권사 주니어급 직원은 "아직 직접 고객사를 만날 일은 없으나 훗날 필요할 때를 대비해 출퇴근 전후로 골프 레슨을 끊어 놓고 꾸준히 다니고 있다"며 "고객사와 만났을 때 출중한 실력을 보이면 상사들의 눈에 들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산업증권부 황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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