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방향성 없이 좁은 범위의 레인지에 갇힌 소위 '가두리 장세' 흐름을 지속하자 시중은행의 프랍 딜러들이 한숨만 쉬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프랍 딜러는 14일 "올 초 달러-원 환율이 1,200원대에서 쭉 미끄러졌을 때 프랍 거래를 하기에 좋았다"면서 "요즘처럼 움직임이 크지 않을 땐 돈 벌기 참 힘들다"고 토로했다.

프랍 트레이딩은 고객 자산이 아닌 은행의 자기자본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하는 거래다. 통상 추세 거래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포지션플레이를 통해 가격을 크게 움직이기도 한다.

서울환시 등에 따르면 달러화는 지난 4월 중순 이후 박스권에 갇히면서 넓게는 1,115~1,140원, 좁게는 1,120~1,130원으로 등락 범위가 제한되고 있다.

서울환시 거래량을 보면 올해 초 1,211.80원에서 꾸준히 하락했던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일평균 75억5천100만달러였지만, 레인지 장세가 시작된 지난 4월부터 전일까지는 69억5천300만 달러로 줄었다.







<최근 2년간 달러-원 환율과 거래량 추이 *자료: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2110)>



장중 변동은 있지만 상하방 방향성은 나타나지 않는 장세가 지속하면서 프랍 트레이더들의 거래 유인도 크게 줄었다.

시장의 추세를 읽어 포지션플레이를 하는 프랍 딜러들에겐 최악의 환경인 셈이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가격 변동의 모멘텀으로 작용할지 주목하면서도 이벤트 이후에도 달러화에 뚜렷한 방향성이 나타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여름 휴가 시즌이 다가오면서 포지션플레이는 더욱 자취를 감출 수 있다.

이들은 미국 금리 인상이 가격에 선반영된 데다 신고가 랠리를 보인 주식시장도 조정 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달러화 상하단을 제한할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A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FOMC의 금리 인상과 상관없이 달러화는 레인지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이고 거래 유인도 많지 않다"며 "지난 3월 금리 인상 당시에는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코스피도 2,000대에서 2,300대로 한창 올라서는 단계라 이벤트 후 달러화가 크게 떨어졌지만, 당분간 재차 급등하기엔 무리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130원대 이르면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나오고 있어 수급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고 있다"며 "글로벌 모멘텀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레인지 거래는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B시중은행 외환딜러도 "FOMC 이후에도 방향성 있는 시장 움직임이 나올 거라 보지 않고 있다"며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 따라 프랍 트레이딩을 하고 있긴 하지만 장중에 자주 포지션을 꺾는 등 단기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프랍 딜러들은 방향성 거래가 그나마 가능한 이종 통화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유로-달러와 달러-엔 환율이 전반적으로 달러 약세 기조로 움직이면서 방향성 트레이딩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 4월 이후 꾸준히 유로 강세·달러 약세로 올랐고, 달러-엔 환율은 엔화 강세에 따라 대체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C시중은행 외환딜러는 "현재 달러-원 환율 외에 파운드화도 위아래로 흔들리기만 하고 방향성이 없다"며 "엔화나 유로화는 방향성이 있어 포지션을 잡고 끌고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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