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노조의 출근 거부 투쟁으로 선임 닷새 만에 정상 출근했다. 취임식은 15일 오후에 열린다.

노조가 그간 은 행장의 출근을 가로막는 표면적 이유는 그를 낙하산 인사로 규정한 데다, 은 행장이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시절 현 수은 노조가 극구 반대했던 성과연봉제를 추진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노조 입장에서 생각하면 출근 저지의 명분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

그러나 한 발짝 더 깊이 들어가면 명분은 그저 명분일 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노조의 신임 행장 출근 저지 투쟁 이면에는 자신들과 젊은 시절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힘들 때마다 소주 한잔을 기울이던 선배들은 줄 낙마하고, 30년간 다른 곳에서 나를 알지도 못했던 사람이, 얼굴조차 보기 어려웠던 정부 출신 고위 인사가 이제 식구가 되겠다며 그것도 은행장으로 온다 하니 반갑게 맞아 주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겠냐는 공통의 감정선이 깔렸다. 인지상정(人之常情)으로만 따지면 노조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렇다고 노조의 행위가 100% 정당화되거나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받고 있다고 할 순 없다. 수은은 민간 은행이 아니다. 공적자금을 집행하는 데다 정부가 대주주인 공공기관이다 보니 노조의 일련의 행동은 비난받을 소지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 수장인 최종구 금융위원장까지 나서 노조의 행장 출근 저지 투쟁을 두고 '구태'라고 지적함에 따라 노조의 투쟁 동력도 떨어졌다. 앞으로가 문제다.

은 행장에 대한 정부 선임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수은 노조의 투쟁은 계속되는 게 맞다. 옳고 그른 것이 명확하다면 금융위원장 한마디에 노조가 위축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수은 노조에는 미안한 얘기지만 행장 선임 반대, 출근 저지 당시에도 신임 행장이나 정부가 크게 눈치를 보거나 위축되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수은 행장이었던 이덕훈 전 행장은 정권 코드 인사였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코드 인사이다 보니 내부 인사도 입김을 탈 수밖에 없었다. 노조는 이러한 이 행장의 인사 전횡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이 전 행장은 한국을 떠나 독일의 한 대학에서 객원 교수를 하고 있다는 데, 공무에도 바쁜 수은의 중간 간부가 이 전 행장의 독일 정착과 업무를 돕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독일은 수은 사무소가 있지 않은 나라다. 도대체 그 간부는 어디서 근무를 하면서 이 전 행장의 업무를 보조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관련 내용이 사실이라면 전임 이 행장에게는 특혜라고 불릴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노조는 이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신임 행장의 출근 저지를 막는 데 기운을 빼고 있었던 것이 된다. 정부나 신임 행장 입장에서는 노조의 투쟁이 순수하게 보일 리 없다. 노조의 힘은 정당성과 일관성에서 나온다. 그렇지 않은 노조를 두려워 하는 권력은 없다. (정책금융부 부장)

sg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