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11조2천억 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기획재정부 산하 기관인 통계청으로 전이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가 오히려 논란을 키우는 소재가 될 수 있어서다.

정부는 주요 선진국과 국제기구 등에서 발표하는 통계와의 원활한 비교를 위해 조사범위를 확대했다. 하지만 여전히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가 많아 수치 해석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추경 자체를 반대하는 야당이 공세에 빌미로 쓸 수있는 통계 수치도 포함돼 있어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야당은 혈세를 투입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들면 향후 정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추경 편성을 반대하고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 OECD 평균 절반 안되지만 사각지대 많아

통계청이 발표한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는 유엔(UN)의 국제기준에 맞춰 작성한 정부의 첫 공식 통계다.

행정자치부 등이 그동안 파악해 집계해 온 공공부문 고용 현황은 국제적인 비교 분석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 조사하는 방식과 범위 등이 달라서다.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이 OECD 평균이 21.3%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7.6%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혀 통계 수치의 진위를 둘러싸고 대선 후보 간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기도 했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12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은 8.9%인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이 집계한 공공부문 일자리는 총 233만6천 개로 일반정부가 199만 개와 공기업 34만6천 개를 합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중앙정부가 74만9천 개, 지방정부가 121만4천 개, 사회보장기금이 2만6천 개, 비금융공기업이 32만 개, 금융공기업이 2만6천 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인용해 언급한 2013년 기준 행자부의 통계치 190만 개(비중 7.6%)보다 일자리 수는 43만여 개, 비중으로는 1.3% 정도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공공부문 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의 정규직 근로자에 더해 지자체가 출연하거나 출자한 기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한국방송공사와 한국교육방송 등의 일자리와 공공기관의 기간제ㆍ무기계약직 근로자 등도 모두 포함됐기 때문이다.

통계청 수치만으로 보면 여전히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은 국제적 기준으로 활용되는 OECD 평균의 42%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여전히 사회서비스 수요를 뒷받침할 공공부문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임기 내 공공부문 일자리를 81만 개 만들겠다는 공약을 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추경을 통해 공무원 1만2천 명을 포함 공공부문에서 7만1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임기 내 81만 개의 공공부문 일자리가 만들어지더라도 우리나라의 비중은 12% 안팎으로 OECD 평균의 절반을 갓 웃도는 수준에 그친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재정 상태가 최우수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공공부문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 여력이 크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이번 통계에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사립학교 교원과 유치원, 보육교사, 의료계 종사자 등 정부가 인건비를 상당 규모 대는 일자리는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

국가별로 통계 작성에서 다소간의 차이가 있지만, 주요 선진국들은 사립학교 교원 등 정부의 실질적 지배를 받는 일자리는 통계에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공공부문 일자리 분석과 향후 인력 관련 정책 수립 등에 필요한 원천 자료를 만들겠다던 정부의 입장과 배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요 선진국의 방식을 따르더라도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이 대폭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하지만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에 따른 재정 추계 등을 산출하는 데 있어 정부 통계에 대한 신뢰도를 두고 뒷말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10년 이상 근속 45%…'철밥통'에 재정 투입 논란도

정부가 이번 통계청 발표에 대해 곤혹스러워하는 부분은 공공부문 일자리의 직업 안정성이 높다는 점이 수치로 고스란히 확인됐다는 점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노력이 마중물이 돼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게 해달라면서 신속한 추경 통과를 호소하는 문재인 대통령에 맞서 야당이 반대하는 논리인 '지속적 재정부담'이 수치로 나타난 셈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공공부문 일자리 중 지속일자리는 201만7천 개로 전체의 86.3%에 달했다. 2년 연속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 비중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비공공부문의 지속일자리 비중이 65%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이직과 퇴직 비율이 극히 낮다는 뜻이기도 하다.

평균 근속연수를 보면 공공부문의 안정성은 더욱 도드라진다. 20년 이상 근속자의 비중은 무려 23.1%에 달하고, 10년 이상 20년 미만 비중은 22.4%에 이르렀다.

공무원이나 공공부문 기관에 채용돼 10년 이상 다니는 근로자가 45%를 넘는다는 의미다.

민간과 공공부문을 더한 20년 이상 근속 근로자 비율이 6.4%에 불과하다.

야당이 추경 등을 통한 혈세로 공무원을 늘리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채용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채용 이후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재정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진표 의원도 공약대로 공무원을 늘리면 임기 내 40조 원가량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추경은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이 민간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통계를 통해 공무원들이 철밥통이란 점이 여실히 확인됐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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