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외환당국이 외환시장 실 개입을 자제하고 있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칼날은 피했지만, 10월에 나올 환율보고서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당국은 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필요성에 매수 개입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은행 및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5월 말까지 외화 보유액과 선물환 롱 포지션의 합은 작년 말 대비 81억8천만 달러 증가했다.

외환보유액은 73억6천만 달러 늘었고, 4월까지 공개된 선물환 롱 포지션은 8억2천만 달러 많아졌다.

외환보유액이 커진 것은 올해 들어 가파른 글로벌 달러 약세로 보유 외환에 포함된 비달러화의 가치가 증폭된 영향이 컸다. 아울러 외환보유액의 운용 수익도 들어왔다.

단순하게 외환 보유액 증감분으로 환시 개입 규모를 추정하기는 곤란한 측면이 있다는 의미다.





<환율 변동효과를 제거한 외환 보유액 증감(파란색), 선물환 롱 포지션 변동(빨간색), 달러-원 환율(녹색 실선)>



이런 점을 고려해 미국 재무부는 환율 변동 효과를 제거한 뒤 외환시장 개입액을 산정하는 것으로 시장참가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외화보유액 가운데 작년 말 기준으로 29.7% 비중을 차지하는 비달러화를 달러 인덱스를 통해 환율 효과를 지우게 되면, 올해 외환보유액을 통한 개입은 10~20억 달러 순매수로 크게 줄어든다.

특히 월간 단위 개입 추정액은 작년보다 눈에 띄게 감소했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 4월 환율보고서에서 작년 하반기(7월~12월) 우리나라의 순매수 개입규모가 24억 달러라고 추정한 것을 고려하면, 작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당국은 약 50억 달러 내외 수준에서 순매수 개입을 했다는 추산이 가능해진다.

10월에 나올 미국 환율보고서는 작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한국의 개입액을 추정하는데, 당장 이달에는 외환당국의 개입 여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해석된다.

가능성은 작지만, 미국 재무부가 순매수 개입 사실 자체를 빌미로 당국이 원화 절하를 유도하고 있지 않느냐는 시각을 드러낼 수 있어서다.

다만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수급균형이 맞춰지고 있는 점은 당국으로서도 조급한 마음을 덜어낼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환 헤지 없이 해외투자를 크게 늘려나갈 방침이고, 기존 환 헤지도 내년까지 전부 풀기로 계획했다.

저점 매수를 통해 투자 수익률을 제고하고, 동시에 달러화의 하단을 견고하게 막아낼 수 있는 주체가 돼버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올해 300억 달러에 달하는 현물환을 매수할 여력이 있다고 본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당국이 미국 눈치 보기로 개입에 미온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환 변동을 빼면 외환 보유액 증가액이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달러-원 하단이 막히는 것은 시장의 힘과 수급에 의한 것"이라며 "하락 뷰가 많다고 알려졌지만,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다"고 설명했다.





<미국 재무부가 환율보고서에서 추정한 작년 한국의 환시 개입 규모>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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