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직업이 중앙은행 총재인 사내가 있다. 영국에서 1694년 창립된 BOE(Bank Of England). 사실상 중앙은행의 원조인 BOE의 120대 총재 마크 카니 (Mark Joseph Carney·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마크 카니 BOE 총재는 한 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캐나다 출신이다. 그는 BOE 총재로 발탁되기 직전까지 캐나다 중앙은행(Bank of Canada)의 총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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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영국이 한 때 식민지였던 캐나다인을 중앙은행의 총재로 영입한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영국이 1965년생에 불과한 마크 카니를경제 사령탑으로 전격 발탁한 배경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당시 캐나다의 경제 상황에서 찾을 수 있다.그가BOC 총재로 있던 2008년 2월부터 2013년5월까지 캐나다의각종 경제지표는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당시 전문가들은 마크 카니가 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한 뒤 저금리 정책을 고수한덕분에 캐나다의 각종 경제지표가 순항한 것으로 풀이했다. 그가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했던 2008년은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전세계가 나락으로 떨어졌던 때였다. 카니는 취임초 4%에 이르던 기준금리를 한 때 0.25%까지 내렸다.

캐나다의경제 분석 연구소인 'Environics Analytics'에 따르면 당시 캐나다 가계의 순자산가치는 40만달러를 넘어서 미국을 앞질렀다. 캐나다 가계의 자산은 5.8% 늘었다. 수입은 8만3천389달러로 전년인 2011년 8만2천29달러보다 1.7% 가량 늘었다. 은행 잔고는 4만3천196달러로 전년보다 1천666달러가 늘었고 주식,채권,펀드 소유액도 소폭이지만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소비자물가도전년동기 기준으로1.2% 수준에서안정적으로 관리된 덕분에 보유자산(현금과 예금,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의 실질가치가 높아졌다. 소비지출이 늘어나는 자산효과(wealth effect)까지 나타나면서 캐나다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가장 빨리 탈출한 국가 가운데 하나가 됐다. 당시 미국과 영국, 유로존 등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해헤매고 있었다.

저금리의 전도사였던 마크 카니는 BOE 총재가 된 뒤 저금리 탓에 '못믿을 남자친구' 혹은 '양치기 소년'이라는 유쾌하지 못한 별명을 얻었다. 수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고도 행동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니총재는 2013년 7월 취임한 뒤 실업률 7%를 금리 인상 검토 시점으로 제시하는 '포워드가이던스'(선제안내)를 도입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는 실업률이 예상보다 빨리 하락하자 1년도 안 돼 이를 폐기하고 금리 인상을 늦추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당시 야당이었던 영국 노동당의 팻 맥파든 의원이"BOE가 믿을 수 없는 남자친구처럼 행동한다"는 말을 남겨 유행시킨 바 있다.

카니 총재는 이후로도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가 물러서는 모습을 되풀이하면서 '못믿을 남친'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못믿을 남친 마크 카니가 이번에는 제법 매서운 톤으로 저금리 시대의 종언을 예고했다. 그는지난 주말 기자회견에서 "나를 포함해 위원 다수가 (성장과 물가) 균형 맞추기가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물가를 목표치 2%로 안정적으로 되돌리기 위해 수개월내 일부 금리 조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직업이 중앙은행 총재인 사내가 '양치기 소년'이라면 이번에는 정말 늑대가 나타날 수도 있다. 양치기 소년 이야기 말미에는 항상 늑대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늑대가 나타났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은 양치기 소년이 아니라 양을 맡긴 이다. 아직도저금리를 마음껏 누리는 탐욕의 영역에 있다면 조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번에는 진짜가 나타날지 모른다.(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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