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초대형 투자은행(IB) 출범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 은행과 증권 등 금융업 간 업권 구분을 완화·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업, 증권업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한 하우스 내에서 양쪽 업무를 할 수 있는 유럽식 은행과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권 간 장벽 완화는 외국계 금융기관에서는 수년 전부터 금융당국에 주장해오던 사안인데, 국내 증권업계로도 이런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최근 지연되는 분위기지만, 만일 금융당국의 원래 계획대로 초대형 IB가 연내 출범한다면 은행과 증권 간 업권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어서다.

특히 현재 초대형 IB를 신청한 미래에셋·한국투자증권·삼성·KB·NH투자증권 5개 사 중 대다수는 3년 내 자기자본 8조원으로 키울 계획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 덩치가 커지고, 초대형 IB 출범으로 사실상 증권사도 자기자본을 직접 운용하는 등 은행과 비슷한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행과 같이 두 업권을 나누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지적이다.

외국환 업무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국내에서 외국환 업무는 은행만 다룰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증권사나 운용사 등이 상품을 만들 때 은행을 거쳐서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초대형 IB 출범 후 몇 년 안에 자기자본 8조원 증권사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증권사 자기자본이 8조원이 되면 자기자본을 이용해 투자 등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은행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현행 제도 하에서는 외국환 등 은행만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들이 많아서 은행 외 다른 금융기관과 고객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 지금처럼 명확한 업권 간 구분이 필요한지 논의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우리나라는 지금 은행업, 증권업 두 가지 라이선스로 나뉘어서 각각의 업무를 해오는 데 익숙해져 있지만,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려고 하면 그에 맞게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점점 권역 간 업무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지만, 업권 구분을 완화 혹은 폐지하려면 법을 바꾸는 등 누군가 총대를 메야 하는데 아직 그러려고 하는 사람이 없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산업증권부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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