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정감사 시즌도 반환점을 돌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시행된 국정감사이니 만큼 국민의 기대는 컸다. 국정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생산적인 국감이 되기를 희망했을 것이고, 국회가 정부를 감시하는 순기능에도 기대를 걸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에 걸맞은 수준 높은 국감이 됐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이번 국감은 유독 국정에 대한 것보다 기업을 들쑤시는 일이 더 많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무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위원회 등 기업ㆍ금융기관과 관계있는 위원회에선 기업인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했다.

채택된 증인은 출석하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의원의 질문을 받지 못하고 대기만 하다가 돌아가는 일이 반복됐다. '갓뚜기'로 불리며 한창 주가가 오른 오뚜기의 함영준 회장은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고작 30초만에 끝났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사 총수들은 국회 출석을 요구받았으나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불참했다.

의원실에서 정부와 기업들로부터 받아 작성한 자료에도 논란이 있는 내용이 꽤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숫자에 오류가 있거나 합병이나 분할 등 회사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숫자들 때문에 곤혹스러운 경험을 한 기업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기업들은 팩트가 아닌 자료가 나와도 항의할 곳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의원실이나 정부에 수정을 요청하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 한다.

기업은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에 국민적 관심사를 묻고 따지는 건 당연한 책무라는 게 국회의 입장이다. 그러나 기업이 올바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잘잘못을 가려내는 정부의 역할이 미흡한지를 먼저 따지는 게 국정감사 본연의 임무다.

정부가 그 역할을 등한시한다면 따끔하게 질책하는 게 국회의 역할이다. 기업감사가 아니라 행정부 국감이 돼야 한다는 최운열 민주당 의원의 주장은 그래서 새겨들을 만하다. 그러나 국회가 이런 역할은 하지 않고 보여주기식으로 기업인을 불러놓고 윽박지르거나 망신을 주기만 한다면 생산적인 국감이 아닐 것이 분명하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정부를 감시해야 할 국회가 왜 유독 많은 기업인들을 호출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오랫동안 끊어지지 않은 정경유착으로 사회적 비판대상이 된 것에 기업인들의 책임은 없는지, 경제개발의 시대에 산업역군으로 불리며 대접받던 기업인들이 왜 적폐대상으로 전락했는지 반성이 필요하다. 이는 재계에서 자초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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