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아이스크림은 저출산의 파괴적 결말을 이미 알고 있다. 어린이 인구 감소 등 영향으로 빙과류 소비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어서다. 출생아수 감소 추세는 재앙수준이다. 국가가 책임지고 아이를 키워주는 의무보육제를 고려해야 할 지경이 됐다.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진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겠나.

닐슨코리아 등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조9천723조원 규모였던 빙과류 시장은 지난해에 1조2천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4년 새 무려 40%나 시장이 위축됐다. 빙과류 시장이 위축되면서 전문 할인점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이상현상도 강화되고 있다. 재고 처리에 어려움을 겪은 업체들이 앞다퉈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전문 매장에 납품한 결과다.







빙과류의 최대 소비자는 어린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5세부터 14세까지 어린이 인구는 458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9%에 불과하다. 어린이 인구비중은 앞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출생아 수 감소 행진이 10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어서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인구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9월 출생아 수는 3만100명으로작년 9월 출생아 수 3만4천400명보다 4천300명이나 줄었다. 1년 사이에 12.5%나줄었고 지난해 12월부터 10개월 연속 감소세다.출생아 수는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올해가 가장 적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한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22개월째 감소했다. 출생아수 감소가 추세적이라는 의미다.

연간 출생아수도 35만6천명에 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000년 출생아수는63만4천500명이었다. 재앙수준으로 출생아수가 줄었다. 3분기 합계출산율은 0.26명이다. 연율로 환산하면 1.04명에 불과하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를 일컫는다. 합계출산율이 최소 1.2명은 돼야 현재 수준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출생아수 감소는 청장년층의 인생 파업이 낳은 결과물이다. 나라가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안정된 생활여건을 마련해주지 못한 데 대한 '소심한 복수'다. 사회 제도도 '육아독박'을 강제하니 젊은 부부들이 아이 낳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제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책임져 주는 의무보육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때가 됐다. 국공립 보육원과 유치원을 대거 설치해 젊은 부부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부터 마련해야 한다. 의무교육 대상을 고등학교까지 확대하고 반값 등록금을 검토할 여력이 있으면 아이 낳을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을 젊은이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3년 기준으로 2천57시간이다. OECD 평균 1천706시간보다 무려 350시간이나 더 많다. 아이 돌 볼 시간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의미다.

괴테는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말했다. 방향을 살펴야 주변과 세상을 살펴볼 여유가 생긴다. 올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속도보다는 방향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사람중심 경제' 기조를 강조하고 있어서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강조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방향성은 제대로 잡혔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에는 의무보육제도 등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사람중심 경제' 기조가 구체화됐으면 좋겠다.(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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