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울 금융시장에 관치(官治)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재등판을 둘러싸고 일부 정치권과 금융권 노조가 반대성명을 내면서다. 그가 관치금융의 화신이라는 게 금융권 노조 등이 반대하는 주요 이유다.

모피아(옛 재정경제부 출신 관료) 출신의 유능한 관료에 관치의 '딱지'가 주홍글씨처럼 무차별적으로 붙여져서는 곤란하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김석동씨 등 모피아들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외환위기 등 다급한 상황에서 금융권 수술에 나서 집도의 같은 역할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제금융라인의 최일선에 있었다. 이후 금융감독위원회(금융위원회 전신)로 자리를 옮겨 난마처럼 얽힌 은행권과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했다. 160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단숨에 조성해 부실 투성이 금융기관을 신속 과감하게 외과적으로 수술했다. 당시 구조조정은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미국 등도 벤치마킹한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그는 별명이 대책반장일 정도로 각종 금융현안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2003년 카드채 사태에서도 일처리 솜씨를 드러냈다. 당시 은행권 카드사는 부도 위기에 내몰린 LG카드(신한카드의 전신)의 지원에 난색을 드러냈다. 경쟁업체를 지원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LG카드가 부도 처리되면 다른 악성 채무자들이 집단적으로 다른 카드사로 옮겨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상황이었다. 김석동씨 등은 뚝심있게 LG카드 회생안을 밀어붙였다. LG카드는 2년 뒤 신한은행에 무려 7조원이라는 거금에 매각됐다.

이어 저축은행 사태에서도 금융은 절도와 규율이라며 원칙과 소신에 따라 일처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든 투자는 투자자의 책임이라는 원칙을 세운 뒤 악덕 저축은행 소유주들을 단숨에 정리했다. 당시에 부실 저축은행을 정리하지 못했다면 가계부채 1천300조의 질은 훨씬 나빠졌을 게 틀림없다.

신임 금융위원장은 1천300조원이 넘은 가계부채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외과집도의 같은 솜씨를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 미국이 연방기금금리를 올리면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가장 위협적인 뇌관이 되고 있다. 외환 위기는 기업이 촉발시켰지만 과도한 부채가 근본원인이었다는 점에서 가계부채와 맥이 닿아 있다. 김 전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러브콜을 받는 이유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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