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의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 속에 통화정책 정상화를 꾀하는 나라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캐나다 중앙은행 등은 최근 통화정책 회의에서 매파로 변신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냈다.

ECB는 이달 초 열린 통화정책 회의 후 성명문에서 일부 완화적 문구를 삭제했다. "금리를 지금 수준 또는 이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표현에서 "금리를 지금 수준에서 유지하겠다"고 바꿨다. '더 낮은 수준에서'라는 말을 뺌으로써 추가 완화는 없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가운데 ECB도 하반기에는 출구전략에 한 발짝 씩 더 다가가는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유럽 경제회복세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ECB 관계자의 입에서 통화정책 정상화라는 말이 자주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중앙은행(BOE)도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내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BOE 회의에서 8명 중 3명의 통화정책 위원이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고 한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정치적 불확실성이란 장애물에도, 물가상승과 경기회복세가 꾸준히 지속된다면 통화당국으로선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연방 국가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캐롤린 윌킨스 캐나다 중앙은행 수석 부총재는 최근 공개연설에서 경제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7월 통화정책 회의 전에 정책결정자들이 금리인상 문제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질랜드중앙은행도 지난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뉴질랜드 달러가치는 중앙은행의 매파적 입장을 반영해 급등했다.

매파로 변신을 주저하는 곳은 일본과 중국 정도다. 이와타 기쿠오(岩田規久男) 일본은행 부총재는 "일본은 미국과 다르다"며 "지금은 금리를 올릴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은 경제성장률 추락을 걱정해 긴축정책을 펴는 것에 신중을 기한다. 그러나 이들 국가도 세계적인 흐름을 마냥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금융위기 때 시작된 세계적인 완화적 통화정책은 '비정상의 정상화'란 이름으로 빠르게 퇴로를 밟고 있다. 주식과 채권 등 각종 자산에 스며들며 유동성 파티를 이끌었던 주역들이 무대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돈줄을 죄더라도 유럽을 위시한 선진국들이 푼 돈이 글로벌 유동성을 보완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앞으로는 약화될 것이다. 아직 국제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지않고 있으나 긴축 강도가 세질수록 그 부담은 커질 것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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