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돈은 무슨…그래서 이해관계가 거의 없고, 더 중립적으로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권해상 국가경영연구원장(전 한국자금중개 사장)은 26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10여개 포럼을 통해 한국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 아닌 대안을 제시하는 새로운 연구원을 만들어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금 및 외환시장에서 브로커리지 업무를 하는 한국자금중개에서 공공정책을 제안하는 소규모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그의 변신은 파격적이다.

공직 생활을 할 때도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내세우고 구태의연한 공무원들의 조직에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던 권해상 원장, 그가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정책 담론을 위한 테이블을 펼쳤다.

국가경영연구원(MIS)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달라져야 할 정책에 대해 어떤 목소리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다음은 권해상 원장과의 일문일답.



--국가경영연구원장을 새로 맡으신 것을 축하드린다. 소감 한말씀

▲새로운 영역이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고, 이전과 다른 일을 한다는 기대도 교차한다. 연구원들이 연구하는 기존 연구원 모델이 아니라 10여개의 다양한 포럼이 가진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연구원 모델을 제시하고, 연구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

--한국자금중개 사장 하실 때와 완전히 달라졌는데

▲한국자금중개(KMB)는 돈을 중개하는 자본주의의 첨병이라 할 수 있다. 이익 창출이 목적인 회사다. 하지만 국가경영연구원은 공익을 창출하는 연구조직이다. 극과 극이다.(웃음) 사람과 정책을 연결하는 민주주의의 심장이라 할 수 있다.

--국가경영연구원이 하는 일을 소개하자면

▲10여개 분야별 포럼이 네트워크 방식으로 연결돼 있는 연구원이다. 국정, 지역진흥, 외교안보통일, 재난위기관리, 4차 산업혁명, 일자리, 환경, 안전노동, 문화, 서비스품질 등에 대한 다양한 포럼에서 이슈들을 다루고, 포럼간 시너지 효과를 키우는 방식이다.

지난 2008년에 '행복한 국민, 좋은 국가 만들기'를 목표로 설립됐고, 2014년에 기획재정부 소속 사단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그동안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이사장을 맡아왔다. 올해 5월에 김수삼 성균관대학교 석좌교수가 후임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국가경영연구원은 탈정파, 탈이념, 탈계층적 입장에서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책대안을 마련할 것이다. 그런 대안들이 실제로 정부와 국회 등 공공부문에서 적극 실현되도록 하고자 한다. 공공부문과 시민사회의 다양한 공감, 공유가 될 만한 활동도 해 나갈 계획이다.

--혁신 관련 업무를 주로 해오셨는데 이번에도 그런 차원인가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행위가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기존의 관행을 따르는 것은 일이 아니다. 우리가 처해 있는 대내외 환경은 급변하는데 그런 만큼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세상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변화를 기대하는 부분은

▲기본의 생각과 틀을 깬 창의적 연구를 하려면 표현의 자유가 필수 불가결하다. 과거보다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거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해본다. 비판만 할게 아니라 실사구시 정신을 모토로 새로운 대안과 비전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새 정부가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뭐라고 보나

▲정부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공직자가 시대 정신을 구현하는 조직이다. 시대정신이 과거의 효율 주도에서 공정, 정의 주도로 바뀌고 있다. 정부도 공정·정의를 주도해야 하지만 국민과 시민단체의 참여도 필수라 하겠다. 국민은 생존 차원이 아니라 개인 생활의 삶의 질 향상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처럼 추상적인 선진화나 국민 행복으로는 안된다. 구체적인 생활의 변화가 필요하다.

국민 참여 보장에 대한 부분도 중요하다. 촛불집회를 통해 쌓인 경험을 토대로 자신들이 직접 국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졌다. 정책은 목표가 있고, 이를 달성하는 수단의 결합인데 새 정부가 지향해야 할 정의와 생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참여와 소통은 꼭 필요한 수단이다. 국정이 이뤄지는 과정마다 국민 참여와 평가가 필요하다.

끝으로 좋은 정책이 좋은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무원들이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저항하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정책 구현이 어렵다.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변화 관리가 절실하다. 또 정권 초기에 혁신활동에 착수하지 않으면 복지부동처럼 다시 과거 형태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OECD에 계실 때 유럽식 복지제도를 많이 보셨을텐데 지금 정부에 주문하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복지 증대는 불가피하다. 우리 복지 수준은 OECD회원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고, 국민들은 생존에서 벗어난 생활을 요구하고 있다. 복지증대와 함께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기술과 환경 변화, 재원조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후유증을 최소화하도록 설계, 집행해야 한다.

--오랫동안 관료로 일해오셨는데 공공부문 일자리 문제의 허와 실은 어찌보나

▲복지나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국민의 수요를 해결하지 못하는 분야는 새로운 사람을 선발하고, 충원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장기 전망을 한 후 교육훈련과 평가 등을 통해 업무 효율을 담보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운용해야 한다.

--보고서를 내는 연구원과는 다른가. 어떻게 운영할 예정인가

▲물론 매월 뉴스레터를 만들어 정책 분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필 예정이다. 예를 들면 국회에서 어떤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면 현실적으로 그게 적용 가능한지, 외국 사례는 어떤지 살펴본다. 답은 없다. 정책에 답이 있겠나. 거시 담론도 하고, 작은 사례별 연구도 하는 것이다.

'새 정부에 바란다' 대담집을 이달초 출간한 것도 그 중 하나다.

올해 하반기에는 인공지능(AI)과 공공부문 일자리에 관한 논의를 하려한다. 예산 편성할 때 보조금이 어디에 깔려있는지, 지역별, 분야별 예산은 어떻게 분류되는지 등을 AI를 활용하면 쫙 분석할 수 있다. 공무원 일 중에 단순 업무는 어떻게 처리될까. AI로 하면 일하는 방식이 바뀔 것이다. 그런 부분에 맞는 일자리 정책을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고령화, 남북통일 등에 따른 일자리 문제도 한꺼번에 고려해야 한다. 이런 내용들에 대한 대담을 하고, 조금씩 대안을 찾아갈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씽크탱크 역할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우리나라 연구소들은 정부, 기업, 시민단체, 정당 등 설립주체들의 입김이나 노선에서 벗어난 연구를 하기 어려운 구조다. 중립지대에 있는 연구소들은 규모도 작고, 연구 역량도 부족한 실정이다.

국가경영연구원은 정파, 이념, 설립주체의 간섭에서 벗어나 네트워크 조직의 장점을 활용할 예정이다. 무보수에 도시락 까먹으면서 회의하는 곳이어서 이해관계가 거의 없다. 그런만큼 더 중립적이다. 보통 보고서만 내면 결론만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대담을 하면 답을 얻는 과정이 나온다. 과정이 무시된 결론이 아니라 담론을 제시하도록 노력하겠다.

syju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