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격언이 있다.(苛政猛於虎) 여기서 가혹한 정치는 무거운 세금 부담을 뜻한다. 호랑이가 사는 곳도 무섭지만, 가혹한 세금이 있는 곳은 그보다 더 무섭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 정책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는 세금이다. 올해 기업들이 부담하는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작년의 22%에서 3%포인트 인상됐다. 최고세율 대상 기업은 대략 70~80개 정도로 추산되며, 이들이 추가로 내야 하는 법인세는 최대 4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부동산 대책의 끝판왕은 보유세 인상이다. 정부는 4월부터 시행될 양도세 중과에 이어 적절한 시기에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보유세 카드도 꺼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주식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양도세 기준을 강화하는 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논란이 거세지자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유예를 검토해볼 수 있다며 한발 물러났으나 완전히 백지화한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부자증세 철학 아래서 진행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모든 문제의 해법을 세금에서 찾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기 때문에 증세가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과거 정부에서 진행된 부자 감세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조세정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눈뜰 때마다 세금을 올린다는 얘기가 들리다 보니 경제 주체들은 당혹스러움과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세금을 올릴 때 나타나는 부작용도 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과거 법인세율이 높았을 때 일부 기업들이 본사를 이전한 사례가 있다. 애플은 해외에서 번 돈을 본국에 송금하지 않고 나라밖에 쌓아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감세조치를 발표하고 나서야 비로소 애플은 해외에 보관했던 자금 중 2천450억달러를 미국에 들여오기로 했다.

법인세 인상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이 당장 해외로 떠나지는 않더라도 투자가 위축될 수는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수 높이려다 오히려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 일자리 창출이 더뎌지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관련 세금도 마찬가지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어내려다 오히려 이들의 주택에 전·월세 사는 서민들에게 부담이 가중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증세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말을 아끼고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왕 세금을 올렸으면 좋은 곳에 제대로 써야 할 것이다. 가정맹어호 고사(故事)에 나오는 가혹한 정치는 세금을 걷어 제 뱃속 채우고, 백성을 수탈하는 탐관오리를 뜻하는 말이다. 세금을 올리면 올릴수록 국민 여론이 등 돌릴 것이 뻔한데, 정부의 혈세 낭비나 공무원 부패 같은 뉴스가 흘러나온다면 국민들은 인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것이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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