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그카믄 이기 다 니끼가('그러면 이게 모두 너의 것이냐'의 경상도 사투리)."

BNK금융지주 회장 겸 부산은행장 인선을 둘러싼 암투에 어울릴 법한 경상도식 표현이다. 지주 내부 인사들이 차기 회장 자리를 차지하려고 이전투구식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성세환 BNK금융지주 회장 겸 부산은행장의 보석 청구가 기각되면서 더 극성스러워졌다.

성회장이 왜 구속됐는 지에 대한 반성은 찾아볼 수 없다. 지배주주가 없는 금융지주의 특성상 내부 인사들이 순혈주의를 내세워 견제와 균형이라는 대원칙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BNK 사태는 무리한 주가 부양이 빚은 참극이다. 일부 간부들은 부산 해운대에 101층 규모로 짓고 있는 엘시티 주상복합을 둘러싼 대형 스캔들에도 연루됐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과 부산은행장을 겸직했던 이장호 전 회장도 수사대상에 올랐다. 내부 구성원 모두가 두 사건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금융지주가 제왕적 자리를 차지한 일부 엘리트 그룹에 장악되면서 불합리한 지시 등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게 BNK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유력한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도 두 사건 당시 책임있는 위치에 있었다.

이 때문에 최소한 금융지주 회장은 외부인사로 발탁해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은행장과 지주회장 모두를 내부 인사가 차지하면서 각종 파행을 견제할 세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원회 등 당국도 해당 사안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장 등 지도부가 확정되지 않아 당국이 어수선한 틈을 타서 BNK그룹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국은 절도와 규율도 없이 사유화되고 있는 금융지주도 문제라는 인식을 숨기지 않고 있다. 순혈주의를 바탕으로 금융기관이 사유화되는 게 관치보다 더 큰 문제를 잉태할 수 있어서다

BNK금융지주는 엘시티 특혜대출 의혹에 이어 경영진의 주가시세조종 의혹으로 은행주의 빅랠리에서도 한동안 소외됐다. BNK금융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순이자손익 5천553억원, 영업이익 2천291억원, 당기순이익 1천725억원을 기록하는 등 탄탄한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순이자손익도 전년동기 대비 7.6% 늘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6.2%, 5.8%씩 증가했다.

양호한 경영실적에도 지도부 공백 등으로 투자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BNK가 하루 빨리 알짜 주식의 지위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취재부본부장)

ne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