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금융시장의 운명을 가를 한 주가 시작됐다. 미국과 유럽에서 잇따라 대형 이벤트가 열린다. 시장참가자들은 바짝 긴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선 빡빡한 정치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12일 유로안정화기구(ESM)의 위헌 여부를 결정한다. 네덜란드의 총선 결과(12일)와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14~15일)도 중요한 변수다.

미국에선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통화정책 회의가 12일 열리고, 같은 날 애플이 아이폰 5를 공개한다.

특히 독일 헌재의 판결과 네덜란드 총선, Fed의 통화정책 회의는 모두 12일에 예정돼 있어 숨 가쁜 하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과 네덜란드의 선택은 = 독일은 EU의 맏형이다. 그러나 늘 까다롭다. 유럽을 아우르는 듬직함보다는 잘못을 질책하는 까탈스러운 스타일의 형님이다. 남유럽의 부실국가를 지원할 땐 항상 강한 규율을 요구한다.

그런 독일이 유럽의 구제금융기구인 ESM의 합법성을 판단한다. ESM을 반대하는 독일 학계와 국민들이 헌법 소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독일은 ESM 출자 비중이 가장 크다. 독일이 ESM에서 빠지면 유럽의 구제금융 시스템 자체가 의미없어 진다.

ESM이 위헌이 되면 유럽중앙은행(ECB)이 결정한 국채매입도 무용지물이 된다. ECB의 국채 매입은 해당국가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신청을 해야 가동하는 시스템이다. ESM이 EFSF를 대체하는 구제 시스템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ESM의 위헌 판결은 구제시스템에 심각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분위기로는 독일이 위헌 판결을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전문가들은 합헌 또는 조건부 합헌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

독일의 ESM이 합헌 판결을 받으면 14일 열릴 EU 재무장관 회의에서 ESM 출범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의에서는 ECB 국채매입의 후속 조치로 스페인 구제금융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가능성도 있다.



◆안갯속 네덜란드 총선 = 네덜란드 총선은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극좌사회당과 집권당인 자유민주국민당, 중도좌파인 노동당이 여론조사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다.

극좌사회당은 반EU 정책을 근간으로 지지율을 높였으나 최근 힘이 부친 모양새다. 친EU파인 자민당이 선두로 치고 나선 가운데 노동당이 뒤를 쫓고 있다.

EU 통합론자들의 입장에선 극좌사회당이 제1당이 되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신재정협약 반대 등 반 EU 노선이 네덜란드에 유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극좌사회당이 승리할 경우 좌파 연정 구성이 성공할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좌파 연정 구성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집권 자민당이 1당이 되면 우파 연정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네덜란드가 EU 통합 노선에 어깃장을 놓을 가능성은 줄어든다.



◆한숨 돌린 버냉키, 그의 선택은 =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유럽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지 모른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과감한 국채매입을 결정해 시장의 불안을 안정시켰기 때문이다. 만약 ECB가 모호한 결정을 내려 유럽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다면 3차 양적완화(QE3)를 두고 고민하는 버냉키 의장에겐 큰 압박이 됐을지 모른다.

그러나, 버냉키 앞에 놓인 숙제는 여전히 많다. 미국의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시장이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8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자 수는 9만6천명(계절 조정치) 증가에 그쳤다. 시장에서 예상한 12만5천명에 턱없이 모자랐다. 고용지표는 1~3월 반짝 회복세를 보인 이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달 잭슨홀 연설에서 고용시장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고용시장이 회복하지 못하면 특단의 대책을 쓸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의 발언 1주일 뒤에 나온 고용지표가 썩 좋지 않았기에 버냉키가 QE3를 선택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이 쉽게 QE3 카드를 꺼내기엔 주변 상황이 만만치 않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견제가 심하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밋 롬니 대선 후보는 의장 교체론까지 들먹이며 연준의 QE3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미국 대선의 쟁점이 고용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연준의 QE3는 집권당을 위한 선거 지원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버냉키 의장으로선 정치권 논란을 지렛대 삼아 이번 회의를 조용히 넘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과 세계 경제에 아직도 불확실한 게 많기 때문이다. 유럽 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과 미국이 재정절벽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귀중한 QE3 카드를 아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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