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공무원 출신은 금감원장이 될 수 없다. 금융개혁을 위해선 공무원보단 민간 출신이 낫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 청와대가 금감원장을 임명할 때마다 금융권 안팎에서 공공연히 들리던 얘기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감원장은 공무원 출신이 아닌 민간에서 연이어 발탁됐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 임명된 민간 출신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에 휘말려 취임 6개월 만에 사퇴했고, 뒤를 이은 국회의원 출신이자 시민단체 이력을 가진 김기식 전 원장은 의원 시절 외유성 출장과 셀프 기부로 도덕성에 흠집이 난 탓에 취임 14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때문에 현재 금감원장 자리는 공석이다. 앞서 두 번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청와대 내부에선 금감원장만큼은 민간 출신에게 맡겨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금융개혁을 수행하는 데 있어 관료보단 민간 출신 낫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의 산하 조직이다.

금감원은 금융위로부터 예산은 물론이고 인원 및 부원장급 이상 인사까지 통제받고 있다. 금감원장 역시 형식적이라고는 하지만 금융위원장의 제청이 있어야 청와대 임명이 가능하다.

민간 출신이라고 무슨 용빼는 재주로 금융위를 패싱하고 금융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구도 자체가 공무원 집단인 금융위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이 금감원 조직인데, 금감원장만 민간 출신을 앉힌다고 금융개혁이 가능하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금융위의 법률 지원 없이 금감원 독자적으로 금융개혁을 수행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공무원 출신이든, 민간이든 정부와 조화롭게 협업하고, 정치화된 금감원 조직을 장악하는 수장을 국민은 원할 것이다. 국민 입장에선 어떤 집단 출신이 금감원장이 되느냐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그렇지만 김기식 전 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때도 대통령은 인사 때마다 하게 되는 고민이 있다며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공무원) 출신 등을 임명하면 좋은데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금감원장)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행정부 관료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는 코멘트다.

그래서 김기식 원장의 낙마에도 차기 금감원장은 민간 출신이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이 메시지를 두고 문 대통령이 야당 정치인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수많은 관료를 대했을 때 받은 느낌이 오롯이 전달된다는 평을 내놓는 사람들도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공무원의 복지부동과 정권 입맛에 따라 움직이는 코드 부합적인 정책들로 국민의 (금융) 생활편의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보는 거 같다"며 "대통령 뿐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 금융정책을 내놓은 공무원들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금융개혁을 완성하려면 기획재정부는 물론이고 금융당국 모두 이견 없이 정책 집행을 해야 가능하다"며 "금융개혁을 실천하는 데 있어 금감원장 혼자 할 수 있는 영역도 법적 지휘도 없다"고 덧붙였다. (정책금융부 부장)

s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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