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노장(老將)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았다.

셋은 아니고 여섯의 지음지기가 뭉쳐 트리니티(Trinity)투자자문을 인수했다. 이들은 업력만 15년 이상 된 여의도의 노장들이다.

그리고 그 노장들은 지난 1년 새 단숨에 헤지펀드 업계 최강자로 등극했다.





김희성 트리니티자산운용 사모펀드운용본부장은 10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주주까지 총 6명, 15년 이상 알고 지낸 사이라서 운용의 연속성도 좋고 사람 관리 리스크가 적다"고 자평했다.

트리니티자산운용은 김 본부장을 비롯해 한병기 대표, 오용준 부사장 등 6명이 트리니티투자자문을 인수해 헤지펀드로 새로 출발한 회사다.

다 같은 여의도 토박이지만 출신은 제각각이다. 김희성 전무는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스몰캡 팀장을 맡았다. 이보다 앞서서는 한양증권의 간판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렸다. 2005년 무렵에는 한양증권 홈페이지에 '김희성의 종목포커스'라는 코너가 따로 개재되기도 했다. 당시 김 본부장은 제약업종 담당 애널리스트였지만, '포트폴리오 전문' 매니저로 더 유명했다.

한병기 대표이사는 메리츠화재에서 자산운용실장을 지냈다. 오용준 부사장은 동부증권, 박재성 주식운용본부장(CIO)은 하이자산운용에서 근무했다.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조명호 이사는 프렌드투자자문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증권가의 많고 많은 사모임들이 이들을 낳았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애널리스트로서, 매니저로서 교류하며 서로 한 뜻이 있단 걸 확인했다.

'고객 돈을 내 돈처럼 운용하는 운용사를 만들자.'

뜻이 먼저 모였으니 운용에서 이견 조율도 수월했다.

지난해 8월 처음 선보인 연초 이후 48%, 누적으로는 96.19%의 수익을 내는 기염을 토했다. 헤지펀드 중 단연 1위다.

김 본부장은 "고수익을 추구하되 시장 상황에 따라 주도주에 투자하는 전략이 통했다"며 "주도주를 빨리 캐치하고 그 업종에 분산해 투자할 경우 박스권과 상승장에서는 수익이 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IT 업종을 집중적으로 담아서 수익을 끌어올렸다. 같은 업종에 투자하기는 하되, 투자 종목을 최소 15개에서 최대 40개까지 분산하기 때문에 위험도 분산된다.

그는 "지난해 IT의 경우 실적은 나오지 않지만 반도체 '빅 사이클'에 들어간 상황이었다"며 "현재 별로 인기는 없지만 실적이 나오는 주식에 중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도 업종을 주로 매수하는 전략이기는 하지만 리스크 관리도 철저하다.

그는 "한 종목을 10% 이상 가져가지 않는 등 소수 종목에 집중하는 투자는 하지 않는다"며 "종목이 아닌 업종 집중 투자가 핵심이다"고 귀띔했다.

이어 "지난해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대세 상승장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롱 온리(long only) 전략으로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며 "시스템적인 위험이 생기면 달러나 금 등 안전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종목 선별 투자와 업종 전망이 꼼꼼히 이뤄질 수 있는 데에는 그의 애널리스트 경력도 크게 뒷받침했다.

2000년대 초반, 주식 시장 참가자들이 새롬기술 등 IT 버블에 취해 있을 때 그는 아모레퍼시픽, 당시 태평양에 주목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브랜드 자산이란 게 있는데, 당시 태평양은 '태평양'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설화수나 헤라 등의 브랜드 매장을 각각 따로 두고 마케팅을 하고 있었다"며 "브랜드로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걸 인지하고 처음으로 태평양을 커버하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태평양 주가는 1만5천원이었다. 약 150배 정도로 오른 셈이다.

김 본부장은 "현재 좋은 주식이 아니라 앞으로 좋은 주식, 기업의 중장기성을 보고 있어서 보유 종목이 조금 올랐다고 해도 2~3년은 팔지 않는다"며 "소위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전략을 업종 사이클에 적용해 추세적으로 상승할 업종과 기업으로 수익률의 지속성을 지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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