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9월 금융통화위원회가 서울채권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란 전망 속에서 시장 내부적으로 롱세력과 숏세력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채권시장 딜러들은 10일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점치는 채권 분석가들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이미 숏베팅에 나선 기관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주로 이론적 당위성에 기반을 둬 예측을 하기 때문에 실제 시장 분위기와 괴리되는 경우가 많다고 딜러들은 지적했다.

▲기준금리 인하 전망 절대 우세하지만 = 연합인포맥스가 채권분석가를 중심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는 13일 열리는 9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동결 전망보다 절대적인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21개 국내외 금융기관과 경제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8개 기관이 이달 금통위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25b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3개 기관은 연 3.0% 금리동결을 점쳤다.

이들 전문가는 유로존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 등 국내 경기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는 데 따라 통화당국이 경기부양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내다봤다.

▲9월 금통위, 채권시장 변곡점 가능성 = 채권시장 딜러들은 9월 금통위가 시장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연내 추가 2회 인하냐, 1회 인하냐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잣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채권 분석가들의 일반적인 예상대로 이달 금리인하가 단행된다면 시장은 다시 초강세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딜러들은 내다봤다.

금통위가 이달 금리를 내린다면 다분히 선제적인 정책 대응이란 평가를 받게 될 것이고, 경기 상황에 따라 연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A증권사 채권딜러는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금리정책 이외의 부양책을 강구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인하를 단행하면 생각보다 서프라이즈한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 다음달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하향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충격 완화를 위해 금통위가 추가로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대로 이달 기준금리가 동결됐을 경우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됐다.

딜러들은 연내 1회로 금리인하 기대가 크게 후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0월 금리인하가 유력한 수순이 되겠지만, 12월 대선 이벤트를 앞두고 추가로 금리정책에 변화를 주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점에서다.

B은행 딜러는 "채권시장은 이미 연 2회 정도의 금리인하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달 금리동결이 발표되면 추가 인하 여력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작용해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며 "이 경우 올해 내내 채권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롱-숏 세력들 피튀기는 전쟁이 시작됐다 = 채권 분석가들의 기준금리 전망은 이달 인하 쪽에 대부분 맞춰져 있지만, 의외로 숏베팅에 나선 기관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금리정책 모멘텀을 중시하면서 상대적으로 투자성향이 단기적인 편인 증권사와 은행 딜링계정들이 특히 그렇다.

C증권사 딜러는 "지난달까지는 대부분 증권사가 롱베팅에 치중했지만, 이달 들어 대응 전략이 180도 달라진 곳이 등장하고 있다"며 "공통으로 레벨 부담을 크게 느끼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전망이 엇갈리는 것이 대응전략의 차이로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딜러는 "사적으로 연락하는 딜러들 간 신경전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 느낌이다"며 "롱세력과 숏세력 간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D증권사 딜러는 "채권 애널리스트들이 9월 기준금리 인하 쪽에 비중을 두고 있지만, 시장에선 인하와 동결 전망이 '50 대 50' 수준으로 팽팽한 느낌이다"고 평가했다.

이 딜러는 "당사에서는 매도 리스크와 매수 리스크를 비교했을 때 매수 쪽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포지션을 일부 비워 놓은 상태에서 단기 숏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에 A증권사 딜러는 "9월 금리인하를 포함해 연내 2회 이상의 인하를 예상한다"며 "단기로는 레벨 부담이 적지 않지만 저가매수 대응은 부담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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