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61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낸 말레이시아의 전 정권 부패청산 작업이 시장에 뜻밖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신문은 국부펀드 1MDB의 숨겨진 부채 영향으로 국가부채 잔액이 기존 발표치보다 많음을 새 정권이 밝혔다며, 이는 과거 유로존 위기로 확산한 그리스 위기와 흡사하다고 우려했다.

지난주 림관엥 말레이시아 신임 재무장관은 자국의 국가부채가 1조 링깃(약 27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전 정권이 밝힌 부채 규모인 7천억 링깃(190조 원)을 훨씬 웃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번 사태가 지난 2009년 10월 당시 그리스를 연상시킨다고 분석했다. 당시 중도 좌파 파판드레우 새 총리는 보수 전 정권이 재정적자를 분식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 여파로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가 이제껏 발표된 3.7%보다 3배 높은 수준으로 수정되면서 채무불이행 위기가 불거졌다. 유럽 금융기관이 그리스에 많은 돈을 빌려주고 있었던 탓에 그리스 위기는 유럽 전체로 전염돼 '유로 위기'에 이르렀다.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 대한 해외 금융기관의 투융자 잔액(최종 리스크 기준)은 작년 말 기준 1천512억 달러에 달한다.

분식이 발각되기 전 그리스에 대한 해외 금융기관의 투융자 잔액은 3천9억 달러로, 이에 절반밖에 되지 않지만 결코 작은 숫자는 아니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국가별 투융자 규모는 영국이 353억 달러였고, 이어 일본과 미국이 각각 228억 달러, 142억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은 데이터가 없지만, 1MDB 자산 매입을 통해 말레이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특히 일본의 투융자 규모는 나집 정권이 출범하기 직전인 2009년 3월 말부터 크게 증가해 잔액이 2.5배로 부풀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금융기관이 9년 전 그리스에 투입한 자금 규모는 87억 달러에 불과해 그리스 위기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현재 말레이시아에 대해서는 3배에 가까운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림 재무장관이 언급한 1조 링깃이 연방정부의 채무 잔액인지, 아니면 공기업을 포함한 공적 부문의 채무 잔액인지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며 계산 방법에 따라 재정악화의 정도가 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문은 새 정부의 과거 정권 부패 조사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뜻밖의 부정이 노출될 경우 말레이시아에서 자금 유출이 발생해 일본 등으로 위험이 파급될 가능성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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