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유럽발 재정위기를 계기로 국내금융시장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됐던 유럽계자금이 오히려 외국인의 국내 주식자금과 채권자금 유입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재정위기를 계기로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조치가 확대되면서 자금사정이 넉넉해진 데다 마땅한 투자처를 곳을 찾지 못한 유럽계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내금융시장으로 대거 유입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재정위기가 유럽계자금의 국내금융시장 유입을 촉발한 셈이다. 더욱이 원화채권에 대한 유럽계자금의 탄탄한 매수세는 주식자금의 높은 변동성을 상쇄하면서 원화가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10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유럽계자금은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5조7천659억원의 상장주식을 순매수했을 뿐 아니라 4조5천319억원의 상장채권을 순투자했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유럽계 주식자금과 달리 유럽계 채권자금은 올해 들어 대부분 순투자를 지속하는 등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주식자금과 채권자금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같은 유럽계자금이라고 하더라도 주식자금은 단기투자 성향이 강한 반면 채권자금은 장기투자 성향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유럽계자금이 연초에 대량으로 유입된 이후 4월과 5월에 이탈했으나 7월말 이후 다시 유입되기 시작했다"면서 "유럽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ECB의 추가 완화정책에 대한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반면 채권자금은 노르웨이와 스위스를 중심으로 유입되고 있는데, 이들 자금은 장기투자 성향이 크다"면서 "일부 유럽의 국채금리가 급락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안전한 자산을 찾는 과정에서 국내로 유입된 측면이 있다"고 추정했다.

A외국계은행의 채권딜러는 "노르웨이와 스위스 등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외환보유액 관리차원에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며 "이들은 유럽위기로 자국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대표적인 국가들이다"고 설명했다.

이 딜러는 "유럽의 경우 일부 재정취약국의 국채투자가 위험해진 가운데 재정안정국의 국채투자는 마이너스 금리로 투자메리트가 떨어진다"면서 "양호한 재정건전성과 높은 채권금리가 이들에게 메리트를 제공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유럽위기로 재정 취약국과 안정국의 채권투자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오히려 위기가 유럽계자금의 국내유입을 가속화시킨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B외국계은행의 외환딜러는 "최근 유럽계자금이 주식매수를 주도했으나 유로존 불안에 따른 중앙은행들의 추가 완화정책 기대감에서 촉발된 선취매 성격이 있다"면서 "중앙은행들의 정책대응에 따라 주식자금은 이탈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 딜러는 "그러나 유럽계 채권자금은 중장기적으로 한국채권을 선택한 자금이란 점에서 이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주식과 달리 채권자금은 환 헤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원화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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