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서울채권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널뛰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결과에 따라전반적인 시장 기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내외발 '대형 재료'가 잇따르며 참가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11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동결과 무제한 국채 매입에 따른 글로벌 위험 선호현상에 이달 금리인하 가능성도 약화되는 측면이 컸지만, 주말 사이 나온 미국 고용지표의 부진으로 분위기는 다시 반전됐다. 기획재정부가 전일 4조6천억원 규모의 재정지원 강화대책을 내놓은 데 따라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함수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시장의 두뇌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 재정지원 대책, 통화정책과 함수 관계는= 부진한 미국 고용지표 발표로 금리인하 기대가 지챠 확대된 상황에서 시장 일부는 이번 정부의 재정지원 대책을 금리인하 가능성을 다소나마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이 중.장기적인 경기부양책이 아닌 연내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임시방편 성격의 조치 등이 주를 이루는 만큼 공격적인 경기부양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참가자들의 진단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정부가 정치권 등의 연이은 요구에도 공격적인 부양책으로 꼽히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끝내 외면하는 상황에서 한은도 공격적인 부양책을 사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A외은지점 딜러는 "정부의 이번 대책의 요지가 임시방편 격으로 올해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이 있는 만큼 중.장기적 효과를 생각하는 금리인하 정책과 같은 측면에서 보기는 무리가 있다"며 "통화당국에서는 공격적인 금리인하보다는 일단은 정책 여력을 아껴두자는 인식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B외은지점 딜러는 "정부가 비전통적인 재정 지원대책을 꺼내 든 만큼 통화당국에서는 이번 조치의 효과를 지켜보자는 관점이 생길 것"이라며 "추경보다 금리인하가 실행가능성이 보다 큰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이 정도의 대책까지 내놓았는데 금리인하까지 동시에 단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에 정부가 추경이 아니라도 4조6천억원 규모의 재정 지원 대책안을 내놓는 와중에 경기부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은의 금리인하가 이어질 것이란 반론도 적지 않다. 특히 정부가 추경편성에 반대하는 주된 원인이 국가 재정건전성에 있는 만큼 금리인하 가능성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기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C증권사 딜러는 "정부가 결국 추경 카드를 꺼내 들지 않은 것은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컸기 때문"이라며 "최근 국제신용평가사들의 국가 신용등급 상향 조정의 주된 이유가 국가 재정건정성이었던만큼 추경에 대한 부담이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이유로 정부와 같이 한은이 공격적인 부양책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박재완 장관이 최근에도 금리인하를 견제하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지난 7월 금통위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 측 입장이 크게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갯속 9월 금통위= 결국, 대내외 빅 재료들이 쏟아짐으로써 시장의 기대심리도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이달 금통위의 금리결정이 향후 시장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여 참가자들의 불안 심리도 커지고 있다.

D증권사 딜러는 "지난주 ECB 결정이 나오고 글로벌 위험선호 흐름이 확대될 때까지만 해도 금리동결 가능성도 재차 커지는 양상이었지만, 주말에 나온 미국 고용지표로 시장의 분위기는 다시 뒤바뀌었다"며 "정부의 재정지원 대책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져 이달 금통위 예측이 어느 때보다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은행권 딜러는 "ECB의 무제한 국채매입과 실행 가능성이 높아진 미국의 QE3, 국내의 경기활성화 대책 등 대형 재료가 잇따르고 있다"며 "일련의 상황들을 근본적으로 본다면 결국 국내외 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설사 기준금리가 동결되더라도 채권 조정 압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저가매수 기회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F증권사 딜러는 "이달 금리동결은 연내 한 차례 정도의 추가 인하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2.75%의 기준금리라면 채권금리의 하락 여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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