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애플의 신형 아이폰 5가 이번 주에 미국에서 공개된다. 애플은 삼성에 대해 특허 소송으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주요 핵심 부품 조달 선을 하이닉스로 바꾸는 등 이이제이(以夷制夷)에 나서 총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미국 법원에서의 애플의 1차 특허 소송 승리는 세계적(Global)기업이 지역(Local)기업을 다룰 때 써먹는 전형적인 '기다리다가 키워서 잡아먹는'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오너인 이건희 회장이나 이재용 사장이 글로벌 리더(Leader)가 아닌 팔로워(Follower)로 숨가쁘게 달려온 탓에 기술특허 경영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글로벌 1등이 되려면 신기술과 특허 법률이 '융합(Convergence)'되는 경영 기술의 습득이 마지막 도전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특허 가짓수가 다양하다지만 애플 등 글로벌 IT와 비교하면 '잡다한 쓰레기'가 많다고 지적한다. 미국 등 IT강국들이 기술 진보 방향 선상에 있는 기술에 대해 특허를 잘 내주지 않자, 삼성은 대부분 기술진보 방향과 동떨어진 특허 취득이 쉬운 분야에서만 집중했다는 얘기다.

또 기술ㆍ특허의 축척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고용 사장들이 짧은 임기내 눈에 띄는 성과 달성에 매달려야 하는 대리인(Agent) 딜레마가 발생하는 현재 시스템도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최근 삼성은 일부 특허 전문가들을 영입했지만, 대부분 장기 핵심의사 결정 라인에 참여하지 못하는 용병에 머물고 있다. 이들조차도 기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민ㆍ형사 사건 대응용으로 데려온 검찰이나 법원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애플 측은 신공학 기술과 법률을 융합하는 능력이 신출귀몰한 오너 경영진이 특허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이른바 기술과 법률을 양수겸장(兩手兼將)한 이들이 공격의 선봉장에 서면서 삼성은 맥없이 깨지지 않을 수 없다.

특허 전쟁에서는 미국 법원의 문화 코드를 제대로 읽는 일이 중요하다. 미국의 사법제도는 한국과 유럽 등과 달리 다문화 다민족 사회의 문화ㆍ역사성이 녹아 있는 영역이다. 이런 모든 것에 대응하려면 오너 자신이 실력과 판단력을 함양하고, 고용 사장들이 기술특허 경영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줘야 할 것이다.

최근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 경제의 미래가 삼성 같은 IT기업의 기술혁신 지속성 여부에 달렸다고 말한다.

삼성이 팔로워로에만 머물러 애플의 특허 함정에 빠져 잡혀먹힌다면 한국경제 앞날도 우중충해질 것 같다.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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