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늦더위가 식을 줄 모르고 뜨겁게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글로벌 주식시장은 작년보다 냉소적이다. 이와 같은 투자환경을 올해 초에 이미 예측했지만, 몇 달 남지 않은 연말을 앞두고 개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기관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투자의사 결정을 어렵게 하는 것은 내년의 불확실성이 매우 무겁게 다가오고 있어서다. 비록 미국 시장에서는 기술주의 선두주자인 애플사의 시가총액이 역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서며 화제가 됐지만,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은 나날이 감소하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미국 경제지만 주가지수는 다우든 나스닥이든 한결같이 예년의 활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러한 상황이 올해 들어 지속하고 있을까.

앞으로 전개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것은 예상되는 금리 상승과 확대되는 글로벌 보호무역 추세가 가져올 부정적 영향을 시장에서는 이미 느끼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요인은 기업 가치를 직접 훼손할 수 있다.

시중 금리가 높아진다는 것은 차입비용을 높이는 측면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모든 투자 자산에서 발생할 미래 현금흐름(Future Free Cash Flow)의 할인율을 높이기 때문에 투자 자산의 미래가치를 약화하게 된다. 앞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상장기업이든 부동산이든 미래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투자대상들의 현재 가치가 과대평가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산별로 시차가 있겠지만, 시장에서는 매도우위가 진행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다.

미래의 기업 가치를 감소시킬 또 다른 요인인 글로벌 보호무역 추세는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을 정체시킬 가능성이 크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외형이 지속 성장을 하는 경우에 기업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기업의 지속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의미는 매출액과 이익 규모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즉 매출액이 늘어나고 이익이 증가하여 미래의 현금흐름이 안정적으로 창출 될 수 있다고 예상될 때 주가는 상승할 수 있는데 글로벌 보호무역이 심화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은 기업의 미래 현금창출력이 약화하여 미래의 기업 가치가 높아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상반기 영업실적을 벌써 어닝 쇼크(Earning Shock)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기관투자자들은 이처럼 공개된 실적자료를 분석 평가하여 기보유하고 있는 주식 포트폴리오의 재구축(Rebalancing)을 하게 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척도는 발표된 실적도 중요하지만, 해당 기업의 향후 영업실적을 가늠하여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하게 된다. 비록 통제할 수 없는 체계적 위험인 금리 상승이나 보호 무역 확산과 같은 투자 여건하에서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강한 기업들의 주가는 기대 이상의 투자 수익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투자 변수는 나아가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자산별(Asset Class) 자산 배분(Asset Allocation)에도 결국 영향을 미치게 된다.

투자의 세계(Investment Universe)에는 너무나 알려진 오마하의 현인인 워런 버핏까지 들지 않아도 수많은 현인이 명멸했다. 이번 여름 필자는 두 가지 책을 통하여 투자 성공의 다양성을 새삼 느낀 적이 있다. 하나는 해리 덴트(Harry Dent)의 저서를 번역한 ‘부의 절벽’이고 다른 책은 레이 달리오(Ray Dalio)의 '원칙'이다.

여기에서 저자들은 투자 성공에 이르는데 있어 상이한 접근을 제시하고 있었다. 전자는 기본적으로 주기적인 붐과 버스트(Boom&Burst)가 있으므로 미래를 예측하여 행동하기를 권하고, 후자는 예측은 빗나가게 되어 있어 그때그때 상황에 대응하기를 권하고 있다. 물론 전자는 투자 자문이 주업인 컨설턴트이고 후자는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 펀드 회사 회장이어서 양자가 걸어온 배경 차이로 생각된다. 그만큼 투자 성공에 이르는 길은 다양하고 다양한 생각의 차이로 자산별로 시장의 부침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현 국면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할까. 사실 붐과 버스트는 일정한 주기로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반복됐고, 향후 버스트가 다시 온다고 봐야 할 것이지만 언제 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단지 버스트가 올 조짐만 주변에서 감지할 수 있을 뿐이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부동산 상승세가 이미 정점을 지나고 부동산 상승세를 지지해온 차입규모가 기록 경신하고 있는 점, 비록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으나 기업들의 이익증가율이 높아지지 않고 있는 점, 국제 통화가치들이 마찰을 빚고 있는 점 등이 부정적 사인들이다.

대내적으로는 안정적인 수출증가율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 경기 선행지표의 지속적인 내림세, 기업 경영의 활력을 약화할 각종 제도의 도입, 일본의 두 배에 이르는 해외여행객 규모와 튤립 버블을 연상시키는 아파트 가격 호가, 경직된 고임금체계 등이 걱정되는 조짐들이다. 경험적으로 지나치게 평가받고 능력 이상으로 지출하게 되면 각종 자산가치들의 조정이 대내적으로 이루어지든가, 아니면 대외적 변수인 환율에 의하여 자산가치가 조정되게 된다. 이래저래 기록적인 폭서와 함께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가는 계절이다. (이찬우 국민대 특임교수 / 前 국민연금공단 기금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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