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지분율 높아 지배력 유지하는 데 문제없을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공익법인이 지분을 많이 보유한 회사 대부분이 총수일가 지분율이 충분해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 공정위,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유예기간 2년

30일 공정위가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소속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기로 했다.

다만 상장 계열사에 한해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해 15% 한도 내에서 예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예외사유는 임원 선임, 정관 변경, 계열회사의 다른 회사로의 합병, 영업 주요부분 양도(계열사 간 합병 및 영업양도 제외) 등이다.

공정위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법 시행 후 2년간 현재와 같이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후 3년에 걸쳐 의결권 행사비율은 30%, 25%, 20%, 15%로 축소된다.

앞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가 공익법인 합산 5%까지만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권고했으나, 공정위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익법인은 별도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공익법인이 세금 혜택을 받으며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나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삼성·현대차그룹 일부 영향…재계 영향은 '제한적'

이 같은 규제가 재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공익법인이 지분을 많이 보유한 회사를 보면 삼성그룹에서는 삼성물산과 삼성생명보험 등이 있다.

삼성물산에서 공익법인 지분율은 1.7%, 총수일가 지분율은 31.2%다. 규제가 강화된다고 해도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아 영향이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분율은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을 지정한 올해 5월을 기준으로 집계됐다.

삼성생명보험의 경우 공익법인과 총수일가 지분율은 각각 6.9%, 20.8%다. 이진만 SK증권 연구원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20%대라서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다만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해 15% 한도 내에서 예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 삼성그룹의 삼성생명 지배력이 약화될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차그룹 소속 공익법인은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노션에서 공익법인과 총수일가 지분율은 각각 9.0%, 30.0%다. 현대글로비스에서 공익법인 지분율은 4.5%, 총수일가 지분율은 30.0%다.

두 회사 모두 총수일가 지분율이 30%대다. 이 때문에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는 공익법인 지분율이 각각 9.0%, 4.5%로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공익법인 의결권이 제한되면 두 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LG그룹의 지주사인 LG는 공익법인 지분율이 2.4%, 총수일가 지분율이 32.5%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아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돼도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에서는 공익법인이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지분을 많이 들고 있다.

롯데지주는 공익법인과 총수일가 지분율이 각각 4.1%, 13.8%다. 롯데제과에서 공익법인 지분율은 8.7%, 총수일가 지분율은 18.7%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공익법인 지분율은 6.3%, 총수일가 지분율은 9.6%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는 롯데지주 자회사다. 이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지주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지 않으나, 롯데호텔 등 계열사가 롯데지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밖에 GS그룹에서 GS, GS건설, 한화그룹에서 한화, 현대중공업그룹에서 현대중공업지주, 두산그룹에서 두산, CJ그룹에서 CJ 등이 있다. 이들 회사도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이 시행되면 비상장사 공익법인의 의결권이 제한되고, 상장사도 예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대기업집단의 의결권이 이전보다 축소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총수일가 지분율이 충분해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공정위 제공>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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