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가격은 유럽중앙은행(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발언으로 높인 오름폭을 차익매도로 줄여 보합세로 마쳤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0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2bp 내린 2.266%에서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4bp 상승한 1.360%에서 움직였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8bp 낮은 2.838%에서 거래됐다.

채권가격은 수익률과 반비례한다.

국채가는 ECB의 정책금리 동결과 필요시 채권매입 확대 문구 등 기존과 다르지 않은 성명 발표 후 올랐다가, 40여분 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유로존의 경기 전망을 낙관하자 다시 오름폭을 줄이는 등 오락가락했다.

유로화도 성명 발표 후 내렸다가 기자회견 후 다시 오르는 등 처음에는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해 가을에 논의가 있을 것이다"며 통화완화 축소에 관한 신호를 남기면서도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억눌려있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또 "우리는 (물가) 목표를 바꾸는 것보다 참을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우리가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은 원하지 않는 금융 긴축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임금과 가격 상승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만 하는 등 아직 근원 물가 확신 신호가 없다는 드라기 발언에 주목하자 국채가는 오름폭을 다시 확대했다.

이날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장중 2.239%로 지난달 28일 이후 가장 낮아졌다.

10년 만기 독일 국채 수익률은 1.7bp 하락한 0.526%에 거래됐다. 같은 만기 프랑스 국채 수익률은 2.4bp 내린 0.774%에서 움직였다.

반면 유로화는 드라기 총재가 가을에 다시 논의하자는 것에 방점을 찍고 거의 2년여 만에 달러화에 대해 최고치로 오르는 등 다른 반응을 보였다.

시포트 글로벌 증권의 톰 디 갈로마 매니징 디렉터는 "드라기 총재는 지난 6월 27일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한 발언에서 매파적인 부분들을 상당 부분 거둬들였다"고 평가했다. 당시 드라기는 성장세가 추세를 웃돈다면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해, 유로화와 세계 국채수익률의 급등을 초래했다.

하지만 채권시장에 드라기의 발언을 곱씹어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강했다.

드라기가 본심과 달리 유로화 가치와 유럽 채권 수익률의 급등으로 예기치 않은 긴축 상황을 피하려고 균형 잡힌 발언을 했다는 풀이다.

인베스코 픽스드 인컴의 아르납 다스 헤드는 드라기 총재는 "다루기 어려운 주제인 테이퍼링으로 가는 과정에서 균형잡힌 접근을 보였다"며 "ECB는 선택지들을 계속 열어두고, 소규모 탠트럼을 피하려고 노력하면서 테이퍼링을 계속 검토 대상으로 두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BK 어셋 매니지먼트의 케이시 리엔 디렉터는 "드라기 총재는 8월(잭슨홀 콘퍼런스)에 테이퍼링을 언급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야뉴스 핸더슨 인베스터즈의 라리언 마이어버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유럽은 성장도 지금 좋고, 정치 위험도 가라앉았다"며 "이는 유로화와 위험자산 모두에 긍정적인 환경이다"고 예상했다.

퍼시픽 얼터너티브 어셋 매니지먼트의 푸트리 파스쿠알리 선임 크레디트 전략가는 "이는 여러 상대로 체스를 두는 것과 같다. 드라기는 지난달 말의 미니 테이터 텐트럼을 유발했던 발언들을 되돌렸다"며 "그가 강성 매파 모습을 보였다면 유로화는 계속 강해질 것이고 유럽 국채수익률도 계속 올라 그의 뒤통수를 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미 경제지표는 호조를 보였다.

지난 7월15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보험청구자수가 5개월래 최저치로 하락해 고용시장 호조가 지속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1만5천명 감소한 23만3천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WSJ 조사치는 24만3천명이었다.

제프리스의 토마스 사이먼은 다시 한 번 이번 주 실업보험청구자 수는 고용시장의 장기 추세가 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5월 말에 청구자 수가 25만5천명으로 증가한 후 평균 24만2천857명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분기에는 평균 24만7천83명이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관할 지역의 제조업 활동을 보여주는 지수가 확장세를 유지했지만 전월 수치와 월가 예상치를 모두 밑돌았다.

필라델피아연은에 따르면 7월 필라델피아 연은 지수는 전월의 27.6에서 19.5로 내렸다. 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는 20.0이었다.

필라델피아 연은 지수는 지난 2월 43.3으로 33년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MFR의 조슈아 샤피로 수석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제조업 지표들의 우세는 제조업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생산 추세가 앞으로 몇 달간 점진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샤피로는 그러나 "최근의 자동차 부문의 재고 조정은 앞으로 헤드라인 제조업 생산 지표에 타격을 줄 것이다"고 예상했다.

지난 6월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0.6% 상승했다고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했다.

선행지수는 지난 4월과 5월에도 0.2% 상승했다. 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0.4% 상승이었다. 6월 동행지수는 0.2%, 후행지수도 0.2% 올랐다.

콘퍼런스보드의 아타만 오질디림 디렉터는 "선행지수의 상승은 하반기 성장률에서 보통보다 약간 높은 개선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며 "이달에는 지난 몇 달간 약세에서 반등한 주택 착공 허가 건수의 기여도가 컸다"고 설명했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물가연동국채(TIPS) 입찰 부진과 유로화 강세 속에 오전의 오름폭을 거의 줄였다.

전략가들은 향후 드라기 총재가 경기 회복을 이유로 테이퍼링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기대가 강하지만 관건은 물가일 것이라며 이날 일본은행은 '2018년 무렵'으로 설정한 2% 물가 목표 달성 시점을 '2019년 무렵'으로 미뤘다고 지적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경제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고 인정하면서도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억눌려있다"고 말했다.

또 이날 물가 부진으로 시장 기대감도 사그라지면서 10년 만기 TIPS 인기도 떨어졌다. 응찰률은 1.98로, 이전 6차례 발행 때 평균치 2.44를 밑돌았다.

해외 수요를 가늠케 하는 간접 응찰 비율도 52.5%로, 이전 6차례의 평균치 72%를 밑돌았다. TIPS 10년물이 0.525%에 발행됐다. 이는 직전의 0.47%보다 높다.

이 여파로 10년물 국채와 물가연동채 간 수익률 차이(BER·breakeven rates)가 4bp 내린 1.74%포인트를 보였다. 이 차이가 줄어드는 것은 채권시장의 물가 기대가 낮아지다는 의미다.

FTN 파이낸셜의 짐 보겔 전략가는 "보기 흉? 옥션 결과는 일반 국채와 TIPS 모두에서 수익률을 끌어 올렸다"고 설명했다.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토니 크레센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채권시장은 "중앙은행이 물가 압력을 만들어내는 능력에 대해서 매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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