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일본은행(BOJ)이 2% 물가 목표 달성 시기를 '2018년 무렵'에서 '2019년 무렵'으로 예상보다 빨리 수정한 것은 시장 금리를 낮추기 위한 정책적인 목적과 차기 총재 인사 이슈를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0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물가 목표 달성 시점을 이번 회의에서 수정하지 않고 조금 더 상황을 살펴보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일본은행이 예상보다 빨리 '항복'했다고 평가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이에 대해 "적절한 전망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문은 일본은행이 빨리 움직인 두 가지 배경이 있다고 추측했다.

일본은행이 물가 목표 달성 시점을 늦추면 완화 정책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확산하기 때문에 장기 금리에 하락 압력이 걸리기 쉽다.

향후 유럽과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해외 금리가 상승하면 일본 채권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신문은 일본 국채 금리 상승이 엔화 강세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를 빨리 봉쇄하자는 게 일본은행의 생각이라고 추측했다.

일본은행은 20일 공표한 경제·물가 전망 보고서에서 당면한 리스크 요인으로 '미국 경제정책 운영 (영향)'을 꼽았다.

또 니혼게이자이는 올해 가을 이후 총재 인사 이슈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이 일본은행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가 목표 달성 예상 시점을 미루는 것은 구로다 총재의 이미지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인사 시즌에 물가 달성 시점을 연기하면 아베 정권이 구로다 총재 연임을 위한 작업을 하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인사에 관한 일본은행의 입장은 중립적이지만, 총재 연임에 역풍을 몰고 올 일을 굳이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구로다 총재 임기는 내년 4월 끝난다.

일본은행은 전일 물가 전망 보고서에서 2017회계연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1.4%에서 1.1%로 낮췄다.

2018 회계연도 전망치는 1.7%에서 1.5%로, 2019 회계연도 전망치는 1.9%에서 1.8%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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