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메리츠종금증권 광화문금융센터의 계약직 직원이 올해 들어서만 15%가량 줄어들었다. 3개월 단위 계약을 내세운 회사 정책으로 계약직 직원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증권사 다른 지점에서도 손익분기점(BEP)을 맞추지 못하면 재계약이 안 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연초 이후 현재까지 광화문금융센터의 계약직 직원 28명을 포함해 60명 정도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증권사는 광화문금융센터에 208명의 인력을 배치했다.

인력이 줄어들면서 광화문센터가 임대하고 있는 빌딩의 사용 층수도 5개 층에서 4개 층으로 줄였다.

광화문센터의 대대적인 인력 줄이기는 연초 사측이 전사적으로 계약직의 재계약 주기를 3개월로 바꾸면서 발생했다. 지난해까지 6개월로 뒀던 최소 계약 단위를 더줄여버린 것이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1년 계약을 기본으로 하되 저성과자에게 3개월의 유예 기간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일정 약정 수준을 맞추지 못한 직원들의 계약 해지도 쉬워졌다.

광화문지점을 비롯해 이 증권사 대부분 지점의 직원들이 한 달 동안 내야 하는 약정 수익의 BEP는 7억원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는 기본급 수준이 낮고 수수료에서 받는 인센티브가 높다"며 "7억원이면 다른 증권사의 인당 목표치 평균 수준이나 이를 맞춰야만 타 증권사 일반 직원 수준만큼 받는다는 점에서 실제 목표치가 더 높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3개월 동안 월평균 이를 맞추지 못하면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직원 수를 줄여나갔다.

이 같은 성과주의는 지난 2015년부터 가속됐다.

당시 최희문 대표는 "자본이나 자산규모에 비해 넘칠 정도의 인재를 확보하겠다"며 "확보한 인재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업 영토가 확장되는 선순환구조를 속도감 있게 만들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2016년부터 계약직 직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외형성장을 꾀해왔다.

지난 2014년 3월 기준 934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1천497명으로 늘었다. 전체 임직원 수가 500여명 늘어났으나 계약직 수도 이와 거의 같은 비중으로 증가했다. 신규 고용 대부분이 계약직이었단 얘기다.

계약직 직원의 기본급은 150만원 수준으로 여기서 BEP를 얼마나 넘느냐에 따라 급여가 결정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메리츠가 채용 문턱이 낮은 대신 기본급도 낮게 두는 것"이라며 "철저히 자기 실력에 따라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다"고 말했다.

여기에 약정 목표치도 타사 대비 낮은 수준이 아니라 직원들이 느끼는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일부 지점의 경우 BEP가 일반 직원도 10억원 수준에 이른다"며 "직원마다 계약 시점이 달라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강남과 광화문센터 직원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지점 관계자는 "강남지점은 타사에서 유능한 선수(직원)들이 대거 넘어와 수익이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전체 지점에서 연봉 1억원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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