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경제학자인 美 코넬大 로버트 프랭크 교수와 듀크大 필립 쿡 교수의 저서 `승자독식사회(The Winner Take All Society, 2008년)'에서는 현 자본주의 체제하에서의 부와 이익의 편중 현상을 비판한다.

1등만 부와 권력을 독식하고 2등부터는 그렇지 못한 현 사회의 매정한 측면에 대해 담론한다. 이러한 지적을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나타나는 업종대표주, 대형우량주 중심의 랠리에 대입해 생각해 볼만하다. 또, 유통시장의 이익을 독식하는 주체가 있는지도 주시할 부분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들어 유가증권시장 18개 업종 대표주의 주가는 평균 22.59% 상승해 업종내 2위 종목의 상승률인 2.13%를 월등히 앞질렀다.

역사적으로 봐도 업종대표주의 주가는 전체 주가지수의 상승률을 늘 앞질러 `비트'해 왔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1995년부터 5년마다 시총상위 20개 종목을 집계해봤더니 매번 시총 상위 20개에 든 종목은 업종대표주였다. 종합지수와 관계없이 업종대표주들의 선전은 장기간 지속돼 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장기 수익률에 대해 지구력을 가진 투자자라면 대형우량 업종대표주들에 투자했을 경우 `필승'했을 것이다.

투자 주체별로 보면 기관과 외국인, 개인들의 수익률이 어땠을지는 짐작 가능하다. 외국인들의 바스켓 종목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주로 이 업종대표주들로 구성돼 있다. 대형 기관들도 외국인 만큼은 아니지만 주로 이런 종목들을 거래한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업종대표주에 돈을 묻어두기는 그리 쉽지가 않다.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많은 지침서들을 서점에 가면 볼 수 있다. 한결같이 `개미가 생존하는 비법'들을 나름대로 제시한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부화뇌동하지 말고 기업의 건전성과 장기적인 발전 가능성을 파악해 내라는 것으로 주로 귀결된다.

하지만 이를 귀담아 듣는 개인 직접투자자들은 별로 없다. 수익률이 성에 차지 않고 투자기간을 참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수익 욕심에 대주를 하고 신용을 써서 소위 `단타매매'를 하려고만 드는 게 개인투자자들의 실정이다.

결과는 사막의 모래웅덩이에서 허우적 거릴수록 빠져드는 식이 대부분이다.

이런 행태들이 결국은 주식유통시장에서의 매매주체별 `승자독식'으로 나타나고 만다.

또 하나, 승자독식의 폐해를 짚어본다면 산업 자체다.

과연 업종내에서 잘나가는 1위 기업만 업계의 이익을 독식하게 된다면 과연 그 기업의 장래와 업종에 유리하게 될지도 의문이다.

예를들면 삼성전자나 현대차가 요즘같이 경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할 것이고, 이렇게 해서 실적과 건전성의 양극화가 깊어지면 결국 상위의 부가 하위로 돌지 못하게 된다는 건 교과서적인 얘기다.

대형우량주들은 이미 외국인과 기관이 차지하고 있고, 개인투자자들은 따라들어갈 틈이 없다. 그러다보니 정치의 계절을 맞아 근거없는 선거관련 작전주가 판을 치고, 수백% 수익률의 환상을 쫓는 개미들도 적지 않다. 물론 대부분의 결과는 `참패'다. 일부 작전주도세력만 이익을 볼 뿐, 이 판에서도 `승자독식'이다.

`동반성장'과 `착한 자본주의' 등의 화두는 큰 틀의 자본주의 시스템 뿐 아니라 주식 유통시장에도 어떤 식으로든 접목해봐야 할 필요가 있는 이유들이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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