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은실 기자 = 박관종 프렌드투자자문 대표는 "올해를 돌이켜보면 한시도 편한 날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유럽발 위기로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 8월은 자문사를 차린 이후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박 대표는 "유럽 재정위가 단시간에 시장에 그렇게 큰 충격을 줄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던 코스피가 2~3주 만에 1,700선을 깨고 내려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 올해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라고 털어놨다.

박 대표는 "쇼크가 오면 한꺼번에 손실을 만회하기 어렵다"며 "서두르면 무리수를 둘 수 있고, 시장은 언제나 예측대로 갈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시기에 어떤 전략을 가지고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수익률에 큰 차이를 가져 온다는 설명이었다.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하는 그의 `승부사' 기질 때문일까.

3월 일본 대지진부터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더블딥 우려까지 악재에 악재가 겹치는 상황에서도 그가 관리하는 대표 일임형 펀드는 설정 이후 26.19%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자문형 랩 수익률 성과도 남달랐다.

A 증권사에서 운용하는 프렌드투자자문의 자문형 랩 1년 수익률은 5.8%를 기록했다. 이 상품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35%에 달했다.

상반기에는 `차ㆍ화ㆍ정(자동차, 화학, 정유주)'을 중심으로 한 대형주 위주의 시장 패턴을 보였지만 하반기에는 상황이 크게 변했다. 더 이상 대형주에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신속하게 포트폴리오 조정에 들어갔다.

박 대표는 "시장의 변화 흐름을 읽고 빠르게 대응했던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증시가 가장 크게 폭락했던 8월,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워주고자 100%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박관종표' 경영 스타일이다.

그는 "좋은 시기에 잘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어려울 때 서로 손을 잡아주고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라며 "고객들에게도 앞으로 이러한 신뢰를 줄 수 있는 자문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증시가 크게 하락하면서 소수종목 집중 투자라는 자문사 투자전략에 대한 비판도 끊이질 않았지만, 박 대표는 소수 종목 집중 투자야말로 자문형 랩이 일반 펀드와 차별화될 수 있는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문형 랩은 성격 자체가 펀드와 다르고 소수 종목 집중 투자가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라며 "앞으로도 이 원칙은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대표는 우리자산운용과 인피니티투자자문 등을 거친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으로부터 투자자문사 인가를 받은 후 오래 1월부터 본격적으로 프렌드투자자문의 CEO로 새 출발 했다. 현재 일임형 1천700억원, 자문형 랩 2천500억원으로 총 4천200억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 철학은.

▲ 지나치게 자신의 고집을 고수하지 않는 것이다.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읽어내야 한다. 매니저가 자기 스타일만 고집하다 보면 시장은 매니저를 맞춰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안정감 있게 꾸준한 수익률 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내년 자문형 랩 시장 전망은.

▲ 자문형 랩은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이 자문형 랩에 대해 너무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집중투자에 대한 비판도 받았지만, 이는 공모성격을 가진 펀드와는 또 다른 종류의 투자방법이다. 지금 상황만 잘 극복하면 또 하나의 좋은 상품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항상 좋으면 발전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자문형 랩을 운용하는 자문사들도 올해 위기를 통해서 발전하는 계가가 되었으면 한다.

-- 이제 본격적으로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열리는데.

▲ 펀드 외에 자문형 랩 상품이 최근 2년 동안 화두가 됐고, 이제 헤지펀드가 나와서 투자자들에게 어필하게 될 것으로 본다. 소비자가 다양한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이 발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 한국형 헤지펀드에 뛰어들 계획이 있나.

▲ 우선, 주어진 환경에서 자문형 랩이나 일임형 고객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회가 되면 헤지펀드 투자도 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욕심은 없다. 헤지펀드 유형으로 운용하는 펀드가 있기 때문에 꾸준히 실력은 쌓아 나갈 예정이다.

-- 앞으로 목표는.

▲ 5년 혹은 10년 이상 꾸준하게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회사로 만들어가고 싶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몇십 년이 지났을 때 펀드매니저가 시작한 한 자문사가 우리나라 펀드 시장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기억되는 회사가 되었으면 한다.

es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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