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그동안이 국지전이었다면 이제부터 전면전 양상을 보일 것 같다." 지난 주말 만난 고위 경제금융 관료는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를 계기로 글로벌 환율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달러화가 싸구려 통화로 전락한 데 따라 엄청난 규모의 외화 유동성이 국내로 유입될 수 있어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싸구려 달러가 이미 환율전쟁 촉발= 벤 버냉키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은 지난주말 글로벌 금융시장이 기대한 것 이상으로 과감한 조치를 단행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헬리콥터 벤'이라는 버냉키의장의 별명을 재확인하듯 미국의 고용사정이 나아질 때까지 달러화가 무차별 살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장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철벽같던 1,130원선이 무너진 데 이어 지난주말 1,117.20원에 마감되는 등 연저점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유로화 환율도 지난 6일 종가기준으로 1.2629 달러에서 14일 1.3130달러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달러화가 약세 통화로 전락하면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 당 1.30달러(1.3%) 오른 98.31달러에 마쳤다. 지난 5월 초 이래 최고치이다.

한 때 달러당 77엔대까지 밀린 뒤 78엔대를 회복한 엔화는 상황이 좀 더 심각하다. 엔화가 추가로 강해지면 일본도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

▲ 전세계가 미국의 모순을 떠안는 모습= 기축 통화인 달러화에 묶인 글로벌 경제가 미국의 고용부진 등 온갖 모순을 떠안아야 하는 모습이 재현된 셈이다. 따지고 보면 재스민 혁명이라는 중동의 민주화 바람도 달러화가 싸구려 통화로 전락하면서 밀값이 폭등한 데 따른 후폭풍의 성격이 짙다.유럽도 미국이 서브프라임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유탄을 맞았다. 수면 아래에서 잠복했던 유럽의 재정 위기는 미국의 제로 금리 정책과 양적 완화 등에 따른 달러화 약세로 너무 빨리 가시화됐다. 은행간 통합이나 재정 통합이 없는 상황에서 유로화를 함께 쓰는 유로존은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은 달러화를 통해 미국내 고용 및 수출 부진 등 국내 모순을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셈이다.

▲ 우리나라도 환율 전쟁 불가피= 이명박 정권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인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은 재임시절부터 환율 전쟁의 불가피성을 늘 강조했다. 강회장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직후인 2009년 한 사석에서 고환율 정책의 당위성을 설파하면서 달러화에 묶인 우리 신세를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이번 사태는 결국 글로벌 환율 전쟁을 촉발시킬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회장은 "독일이 유로화의 가장 큰 수혜를 보면서도 하이퍼 인플레이션 등에 대한 트라우마로 유로존 재정위기에 쉽게 동의하지 못할 것"이라고 점치기도 했다.

강회장의 예언대로 결국 글로벌 금융시장은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제대로 찾지 못한 상황에서 이제 전면전 양상의 환율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주말한중 경제장관회의 후 중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양적완화조치(QE3)에 따른 급격한 자본 유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외국 자금의 국내 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장관도 환율 전쟁이 시작됐다고 확인해 준 셈이다.

이제 시장은 소규모 개방 경제라는 숙명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 외환당국이 어떤 패턴으로 환율 전쟁에 참전하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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