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다정 기자 = "적대적 M&A 자문업무를 주로 맡다 보니 일단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다른 분야보다 의뢰인과 혼연일체가 되어 일하게 됩니다."

이동건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M&A 변호사는 한 마디로 '비즈니스 조율자'가 되어야 한다며 내 입장만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의뢰인의 니즈를 분명히 파악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M&A전문 변호사로서 필요한 덕목은 = 흔히 M&A전문 변호사를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비유한다. 기업에는 노동과 세금, 일반 회사법 등 모든 이슈가 포함되고 이를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 아니면 도'의 딜이 나오면 안되죠"

이동건 변호사는 변호사가 딜을 망친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고 했다. 고객의 니즈를 분명히 파악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다. 의뢰인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아야 계약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15년째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지인 2명을 꼽았다. 지인은 당시 M&A 업무로 힘겨워할 당시에도 항상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보며,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제가 군인이나 경찰이 됐으면 국가를 위해서 한 몸바쳤을 텐데 기업에 들어왔으면 기업에 한 몸바치는 게 맞지 않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또 한 지인은 "나는 '사향이론' 이란 걸 믿어서 사향을 품고 있으면 은은하게 향기가 퍼져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남들이 다 알아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이 변호사는 자신도 일에 미칠 수 있는 열정과, 묵묵하게 끈기를 가질 수 있어야 변호사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딜과 세종의 강점은 = 이 변호사는 SK네트웍스와 인연이 깊다.

특히 2003년 SK네트웍스(구 SK글로벌)의 구조조정에 참여하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원래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국내 채권자들만 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해외채권자들은 어부지리를 얻는 경우가 많은데, 이 딜에서는 해외 채권자들을 밤새 협상해서 동일하게 법의 적용을 받게 된 것이다. 이 변호사는 홍콩으로 직접 찾아가 해외 채권자들과 밤새워 계약서 작성에 관해 합의점을 도출했다고 했다. 이후 이 변호사는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로 능력을 인정받아 2004년 세계인명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

SK네트웍스와의 인연은 올해도 이어졌다. SK네트웍스가 SK에너지의 석탄광물 사업부 인수에 참여한 것이다. 작년부터 시작된 딜이지만 계열사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호주와 캐나다, 중국에도 광구가 있어 다양한 액션이 코디네이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는 "주로 해외로펌이 로컬 로펌을 코디네이터를 하는 데 한국 로펌이 호주법과 캐나다 법 등을 일일이 비교해가며 자문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법무법인 세종의 강점으로 개별 변호사들의 실력이 우수하다는 점을 꼽았다. 스타플레이어도 있지만 주니어 때부터 많은 경험을 쌓게 되는 기회가 많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내가 얼마나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종에서는 팀 차원에서 협업하는 일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며 "큰 딜을 자주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2012년 M&A 시장 전망은 = "내년에는 크로스보더 딜이 많이 있을 겁니다"

그는 2008년 리먼사태가 터지고 M&A시장이 상장히 경색됐었고 이어 유럽발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다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해외 경제에 비해 펀더멘털이 튼튼하기 때문에 당장의 딜이 많지는 않아도 힘든 기업들이 매물로 나오면, 크로스보더 딜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유럽시장을 보는 기업들이 꽤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구체적인 매물이 나오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럽 기업들을 태핑하고 있는 기업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발도상국들도 꾸준히 관심대상이라 덧붙였다.

그는 "인도네시아 쪽의 합작투자나 기업 인수 등 개발도상국들의 관심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d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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