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맏형'인 삼성생명이 자산 규모의 차이에도 수익성은 물론 자본적정성에서도 계열사인 삼성화재에 우위를 점하지 못해 눈길을 끈다.

이차 역마진과 계열사 지분 보유 문제가 삼성생명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에다.

26일 보험업계와 연합인포맥스 실적 컨센서스(화면번호 8031) 따르면, 삼성생명은 올해 1분기 2천4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데 이어 2분기엔 2천470억원의 순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화재는 1분기 2천512억원을 순익을 냈고, 2분기엔 태풍 피해에도 전분기와 비슷한 2천382억원의 순익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5월 말 현재 삼성생명의 운용자산은 132조원, 삼성화재의 운용자산은 34조원이다. 삼성생명은 운용자산이 삼성화재에 비해 4배 이상 많지만, 삼성화재보다 적거나 비슷한 규모의 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이처럼 삼성생명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이차 역마진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외환위기 당시 7~8%대의 고정금리를 제공하는 장기 저축성보험과 연금보험 상품을 다수 판매했고, 이후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역마진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최근 들어 업계에선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대형 생보사들의 이차 역마진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치영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은 2012 회계연도 운용자산 대 현재 매출 배수가 9.5배로 운용마진의 이익 영향력이 큰 보험사"라며 "최근 저금리 추세로 삼성생명의 역마진 정상화 시기가 2017 회계연도로 미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생명은 자본적정성을 측정하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에서도 삼성화재에 열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올해 3월 말 현재 위험기준자기자본(RBC)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386.3%로, 국내외 대형 재난사고에 대비해 기준을 높게 설정한 삼성화재의 449.1%를 크게 밑돈다.

더욱이 삼성생명은 계열사 보유 지분 규모가 커 지급여력비율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7.5%를 비롯해 삼성물산 5.1%, 삼성중공업 3.4%, 호텔신라 7.7%, 에스원 5.5%, 삼성화재 10.4%, 삼성증권 11.1%, 삼성카드 26.4%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은 삼성전자 1.3%, 삼성엔지니어링 1.1%, 에스원 1.0%, 삼성증권 8.0% 등에 불과하다.

자산에서 계열사 주식 보유분이 점하는 비중이 크면 주가가 급락할 때 자본 규모가 줄어들면서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계열사 지분은 보유 목적이기 때문에 유동성 확보, 즉 현금화가 어려운 단점도 가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금융위기 당시 계열사 주가가 급락하면서 이미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며 "더욱이 주가가 급등해도 계열사 지분을 매각할 수 없는 삼성생명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계열사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급여력비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그만큼 자산운용을 보수적으로 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며 "업계 일각에선 삼성생명이 안정성과 수익성을 적절하게 안배하며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말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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