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ㆍ자민, "BOJ에 엔화 찍어내 美국채(달러) 매입 주장"

5일 통화정책 회의 주목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기자 = 일본은행(BOJ)이 정치권으로부터 엔화를 찍어내 달러를 매입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일본경제를 짓누르는 엔고를 억제하기 위해 엔화를 찍어내 해외채권을 매입하라는 정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해외채권은 美국채를 뜻한다. 엔화를 찍어내 美국채를 매입하면 달러를 매입하는 효과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국제외환시장에서는 엔화 약세-달러 강세 현상이 나타나 일본이 원하는 경제회복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엔화를 찍어내 일본 채권을 매입하는 기존의 양적완화는 환율에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美국채를 매입하면 환율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재무성과 BOJ는 중앙은행의 美국채 매입에 미온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집권 민주당은 물론 야당인 자민당까지 BOJ의 해외채권 매입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우존스는 민주당과 자민당 양당이 수출주도형 일본의 경제회복을 위해 엔화 강세를 막기를 원하는 만큼 일본 통화정책 당국에 가하는 정치적 압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일본은 차기 총선을 앞두고 있어 정권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민주당과 자민당 모두 BOJ에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BOJ는 해외채권 매입 정책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해외채권 매입이 실제 정책에 옮겨지려면 복잡한 법적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일본은행법에 따르면 외환시장관련 정책은 재무성만 할 수 있다. BOJ는 통화정책만 관장할 수 있다. BOJ가 환율정책을 쓰려면 재무성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

엔화를 찍어 엔화를 매입하는 것은 통화정책의 영역이며 BOJ의 정책범위에도 포함된다.

그러나, 엔화를 찍어내 美국채를 매입하면 환율정책의 영역이 되기 때문에 재무성의 정책 영역이다. 결국 해외채권 매입은 BOJ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이런 점을 의식해 아즈미 준(安住淳) 전 재무상은 지난 8월 1일 의회에서 "BOJ가 외환시장 개입을 위한 대안으로 해외채권을 매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집권 민주당 관계자들은 "해외채권 매입은 또 다른 형태의 통화완화 정책이므로 BOJ의 정책 영역에 포함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츠카 고헤이 민주당 의원은 "현재 가장 큰 쟁점은 BOJ의 자산매입 대상 목록에 해외채권이 포함돼야 하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BOJ는 공식적으로는 미국 국채 매입에 반대다.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BOJ 총재는 해외채권 매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BOJ 내부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일부 나오고 있다. 특히 통화정책을 만드는 금융정책위원회 내부에서 미묘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BOJ 금융정책위원으로 선임된 민간인 출신 사토 다케히로(佐藤健裕) 위원은 7월 통화정책 회의 때 BOJ의 자산 매입 대상을 더 넓혀 해외채권을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모건스탠리 MUFG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그의 주장은 당시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8월 통화정책 회의 의사록에는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것을 포함해 디플레이션을 막을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한 위원의 의견이 수록됐다.

BOJ 분석가들은 이 발언을 두고 해외채권 매입을 주장하는 사토 위원의 말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이 해외채권 매입을 시사한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없다.

BOJ는 오는 4~5일 10월 금융정책위원회를 연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BOJ가 해외채권 매입과 관련해 어떤 시사점을 던질지 주목하고 있다.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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