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측은 "KAI 인수와 전혀 무관"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혹시 대한항공[003490]이 한국항공우주(KAI)[047810] 인수전에 보잉과 손잡고…"

대한항공이 미국 보잉사와 군용 항공기 개발과 정비, 개조 등 방산사업에 대해 포괄적으로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9일 밝히자 인수·합병(M&A) 업계는 이렇게 반응했다.

보잉사는 이미 대한항공의 민간 항공기 구조물 사업에 있어서 중요한 납품처이자 협력사이다.

따라서 양사의 방산사업 협력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KAI를 놓고 현대중공업[009540]과 경쟁 중이라는 점에서 보잉사와의 방산분야 협력이 예사로 비칠리 없다.

더군다나 보잉사는 KAI에 관심을 보여왔던 곳이다.

지난해 초 팻 게인스(Pat Gaines) 보잉코리아 사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투자계획은 없다"면서도 "KAI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회사이고 성과도 우수한 만큼, 지분 매각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KAI는 보잉사에 항공기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또, 올해는 대한항공과 보잉사 간의 고위급 미팅에서 KAI 인수전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재무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대한항공이 보잉사와 손잡고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물론 보잉사가 KAI 경영권을 인수할 수는 없다. 매각 대상 지분 41.7% 중에 33.33%를 중요 전략적 투자자(SI)가 인수해야 하고 외국사는 재무적 투자자(FI)로 나머지 지분 취득만 가능하다.

다만, 보잉사가 나머지 지분만 투자해도 대한항공으로서는 한결 인수 부담을 덜 수 있다. 수의계약 인수를 예상했던 대한항공은 무시못할 현금 동원력을 가진 현대중공업의 뒤늦은 참여로 가격 경쟁을 염두에 둬야 하는 입장이다.

외국계 IB 관계자는 "보잉사뿐만 아니고 EADS(에어버스 모회사)도 KAI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굳이 컨소시엄이 아니더라도 보잉사가 대한항공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KAI와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이러한 시장 반응을 부인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방산사업 협력과 KAI 인수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며 "오해를 받을 수 있으나 보잉사와는 오랜 협력 관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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