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정감사 시즌이다. 감사에 대해 여러 말들이 많지만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갖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되는 행태를 보면 과연 이런 국감이 필요한가 싶기도하다.

다른 분야는 차처하고 경제ㆍ금융 관련만 보더라도 과연 국감의 목적이 국가 경제와 금융시장의 올바른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개선돼야 할 시스템에 대한 대안이 제시되는가에 의문을 갖게 된다.

문제는 크게 세가지다. 우선 경제와 금융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문제의식과 수준에 올해도 낙담하지 않을 수 없다.

질의 내용을 꼼꼼히 챙겨서 질의하는 일부 의원들의 수고로움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내용과 사안들이 실제 경제계와 금융계가 간절히 느끼고 바라는 것들이냐는 것이다.

몇몇 키워드들을 보자. `CD금리 담합',`키코(KIKO)사태',`저축은행 부실',`하우스푸어',`론스타 고배당' 등은 이번 국감에서 주로 언급된 단어들이다. 물론 중요한 문제이자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하지만 조금 달리 생각하면 해답은 어렵고 비판하기는 쉬운 항목들이다. 이러한 발제를 하는 의도가 단지 국민들의 관심만 끌려는 껀수 올리기가 아닌지 의심도 든다. 당연히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당국자들은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질의자가 제대로 된 답변을 기대하지 않았을 지 모르겠다.

두번째 문제는 의원들의 태도는 물론이고 답변하는 측의 태도와 기술적 요인들이다. 국감의 무게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단적으로 9일 열린 기획재정위의 한국은행 국정감사는 SK 최태원 회장과 삼성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 등의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시작도 못해보고 정회가 선언되는 파행을 겪었다. 지각하는가 하면, 심지어 국감장에 불참하는 국회의원들도 다수 있을 정도였다.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재벌들에 대한 `배려(?)'라는 오해를 부를 만한 상황이다.

국감을 얼마나 우습게 알았으면 회의를 핑계로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은 금융인도 있었고, 답변을 회피하는 듯 제대로 된 답변을 일체 하지 않은 금융당국의 수장도 있었다. 또 핵심사안은 뒤로하고 대선정국과 맞물린 정치 공세로 국감의 원래 목적을 훼손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경제ㆍ금융관련 국감이 예년보다 질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나 개별 기업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열성과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국감의 본질을 살리기 보다는 대선 관련 정치 공방에 주력하고, 보다 궁극적으론 질의하는 의원이나 답변하는 당국자나 양자 모두 점차 국감 본질에 대한 인식이 퇴색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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