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약 부채(poison debt)는 회사의 경영권에 변동이 일어날 경우 차입금을 일시에 갚도록 대부계약을 하거나 고의로 거액의 사채를 발행해 재무체질을 약화시킴으로써 적대적 매수측의 구미를 잃게 하려는 방법을 말한다.

극약부채는 기업 인수와 이를 방어할 움직임이 있을 때 흔하진 않지만 실제로 사용되는 방법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적대적 인수자보다 백기사(우호적 인수자)가 나타나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공격적으로 우리나라 상장 주식 지분 늘리기에 나서면서 극약 부채가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대부분 기업의 우호적 역할을 자청한다. 재무적 투자자임을 강조하면서 지분을 사들인다.

그러나 이들은 지분 규모가 어느 정도 늘어나면 갑자기 돌변해 적대적 인수ㆍ합병(M&A)을 시도하거나 공격자를 돕는 흑기사 노릇을 할 가능성을 늘 가지고 있다.

KT&G가 2006년 지분 7%를 들고 있던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에 휘둘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칼 아이칸은 KT&G에 배당금 증액과 자산 매각을 요구하면서 경영 참여에 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서는 만일 KT&G가 적대적 인수자에게 극약 부채라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면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먹을 게 없다는 판단에 KT&G를 떠났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강규민 국제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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