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환율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수출입기업의 매출이나 온 국민의 관심사인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율이 최근 며칠째 연저점을 갈아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달러-원 환율이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다는 내용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환율 연저점에 분주해진 딜링룸 소식을 전하는 기사들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며칠째 지속됐던 환율 연저점 경신이라는 화려한(?) 겉보기와 달리, 서울외환시장 내부에서는 적지 않은 온도차가 감지된다. 서울환시에서 달러를 사고파는 외환딜러나 이를 중개하는 중개인, 그리고 당국의 움직임은 의외로 한산하다. 해외에서 달러-원 매매를 하는 외환딜러를 뜻하는 역외의 움직임도 더욱 심하다.

외환딜러들도 과거 환율이 고점이나 저점을 경신할 때와 달리 최근 시장의 긴장감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최근 달러-원 환율의 변동성 축소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도 그럴 것이 10월 들어 23일까지 하루 사이 환율의 고가와 저가의 차이를 의미하는 환율의 장중 변동폭이 4원을 넘은 날이 단 하루도 없다. 변동폭이 3원을 넘은 날도 8영업일에 불과하다. 환율이 연저점을 기록하는 와중에도 이달 환율의 평균 변동폭은 2.90원으로 축소됐다. 환율이 7영업일째 연저점을 경신하는 과정에서도 환율은 11원 정도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렇다 보니 달러-원 거래도 자연히 줄었다. 10월 달러-원 일평균 거래량은 77억달러에 그쳤다. 연저점을 갈아치우는 동안 60억달러대에 떨어진 날도 적지 않다.

물론 환율 변동성이 줄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기도 하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원화가 역외 투기세력의 주요한 표적이 됐던 것과 달리 원화가 안정적인 통화로 인식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화의 거래량 감소는 또 다른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원화 국제화라는 중장기적인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원화시장에서 짐을 싸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달러-원 환율이 연저점을 기록하면서 외부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으나 정작 서환시장 내부적으로는 변동성 축소에 따른 거래량 감소, 그리고 외국인의 이탈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소위 원화가 먹을 것 없는 통화로 전락하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딜러들은 최근 외국인이 원화시장을 떠나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하고 일정한 변동성이 보장되는 말레이시아나, 인도 등으로 떠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원화의 위상이 다른 아시아통화에 밀리고 있다는 자조적인 반응이다.

환율의 변동성 축소가 외환당국의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소식이나 변동성 축소가 원화에 대한 투자자 이탈의 결과물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환율 변동성뿐 아니라 서환시장의 위축 역시 걱정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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