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나고 수급 불일치도 완화될 것이라는 위기설이 지배적인 가운데 내년 하반기부터는 다시 업황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내년도 주요 반도체업체들의 이익이 줄어들 수 있으나, 수요처가 다변화된 가운데 생산속도를 조절하면서 공급 과잉도 개선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6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기존 투자계획을 모두 수정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도 D램 신규 투자가 없고 낸드(NAND)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내년에 신규로 투자할 수 있는 클린룸은 평택 공장 2층 정도다.

SK하이닉스의 경우에는 내년초 중국 우시의 D램 공장이 완공되고 청주 M15에서 낸드 생산을 시작하지만 수급 상황에 맞게 추가 투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동안 반도체 위기론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돼가면서 가격이 하락했다는 데에서 시작됐다. 실제로 D램 가격은 DDR 4기가비트(Gb) 2133 기준으로 3개월 사이 17% 이상, 낸드는 32Gb 기준 25% 가까이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사들이 공급을 줄여나감으로써 가격의 하방 경직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투자의 효율성 증대를 위해 내년 설비투자를 줄일 전망"이라며 "내년 D램 업체들의 비트그로스 둔화가 불가피해 수급은 계속 타이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양산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은 공급 측면에서 국내 기업에 호재다.

당초 중국의 푸젠진화와 YMTC, 허페이창신 등은 메모리 반도체를 내년부터 생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상무부가 푸젠진화에 공급하는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에 중국 수출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양산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부터 주요 D램 공급사들의 시설투자가 둔화된다"며 "3분기부터는 다시 공급 부족이 시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업체들의 시장진입이 어려워질 경우 내년 D램 공급 과잉은 하반기부터 완화될 것"이라며 "중국 회사들은 라인 건설을 완료하고 양산을 앞두고 있었으나 미국 정부의 제재로 설비투자(CAPEX)는 올해와 유사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신규 수요처가 생긴다는 점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먼저 모바일쪽에서는 스마트폰 출하량 자체는 정체되거나 줄겠지만, 고용량·고사양의 스마트폰과 폴더블 스마트폰이 등장한다는 점이 기대요인으로 작용한다.

업계에서는 내년에 8기가비트(GB) 스마트폰이 약 1천만대 이상 출하될 것으로 보고, 여기에 공급되는 D램 수요는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게임이나 동영상 전용 스마트폰의 경우 최대 12GB D램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D램 수요가 견조할 수 있다는 얘기다. PC 역시 게임용 PC 수요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그래픽카드 가격이 하락해 게임용 PC 수요가 증가, 6년 만에 PC 출하량이 늘었다"면서 "의외의 PC 수요 회복으로 PC D램 수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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