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KCGI는 기업지배구조개선 펀드다. 그런 취지에 가장 적합한 기업이 한진칼이라고 생각한다"

KCGI 고위 관계자는 16일 한진칼의 지분을 9% 인수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로서 대한항공과 진에어, 한진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조양호 회장 등 한진그룹 총수 일가 등이 보유한 지분은 28.95%(우호지분 포함)에 불과하다.

KCGI가 국민연금공단(8.35%)과 크레디트스위스(CS, 5.03%)을 포함해 주요 투자자와 세력을 합치면 경영권도 위협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CGI가 한진칼을 겨냥한 이유는 '총수 리스크' 등 부정적인 요인을 제외하면 기업가치가 크게 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KCGI는 한진칼의 시가총액 1조원대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2위권 저가항공사(LCC) 진에어 등을 보유한 회사로써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꼬리를 무는 총수 일가의 비도덕적 행위만 아니면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게 KCGI의 진단이다.

KCGI는 국내 주식시장이 해외보다 저평가된 데는 이런 한진칼 같은 기업이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지배구조의 문제가 불러온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같은 가치를 지닌 기업이라도 미국기업이 한국기업보다 주가순자산배수(PBR) 기준으로 4.5배가량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설명이다. 주가수익비율(PER)로도 2.5배 많다.

KCGI 고위 관계자는 "주요 외국인 투자자를 만나면 한진칼 같은 사례 때문에 실망감이 크다"면서 "자본시장에 역동성을 불어넣는 메기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한진그룹이 개선돼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는 갖춰진 상태"라며 "우리가 나선다면 기업가치를 더욱 빠르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진그룹 총수 일가와 '각'을 세우는 것은 아니라는 게 KCGI의 주장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대치하고 있는 엘리엇처럼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비우호적인 방법이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게 KCGI의 생각이다.

KCGI 고위 관계자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등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현재까지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비합리적인 주장을 제시하는 건 아닌 만큼 수용한다면 꼭 싸워야 하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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