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올해 보험업계에는 금융당국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생명보험업계는 즉시연금 사태와 암 보험금 분쟁을 두고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은 데 이어,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 보험료와 개인 실손 의료보험료의 인상을 놓고 금융당국과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또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와 롯데손해보험을 비롯해 보험업계의 합병과 매각이 계속되면서 보험업계 지각 변동이 이뤄졌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新)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은 1년 미뤄지면서 국내 보험사들은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보험사 간 독립보험대리점(GA) 시책의 과도한 경쟁 양상과 미니보험 판매 열풍, 홈쇼핑 판매 감소 추세, 그리고 핀테크 업체 '토스'의 보험시장 진출 등은 보험산업이 변화의 물결 속에 있다는 사실을 곱씹게 했다.

연합인포맥스는 4일 올해 보험업계를 뒤흔들었던 주요 10대 뉴스를 정리했다.



◇1조 원대 즉시연금 미지급 논란…당국과 전면전

지난여름 생보업계는 즉시연금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갈등 전선을 형성했다.

금감원은 삼성과 한화 등 생보사들이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약관에 매달 이자 지급 시 사업비 등 만기에 돌려줄 재원을 미리 뗀다는 내용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았다며 보험사들이 즉시연금 과소지급분을 가입자에게 일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금감원은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1건의 민원에 대해 생보사들이 동일한 사건을 동일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사실상 '일괄구제'를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이 금감원 권고를 거부하면서 금감원과 생보사 간 갈등이 심화했다. 삼성생명은 일부만 지급하고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한 민원인을 대상으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한화생명은 법률검토를 거쳐 금감원에 불수용 의견서를 제출했다.

빅2 생보사의 즉시연금 일괄지급 거부에 금감원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즉시연금 사태와 관련해 삼성생명을 재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내년 초께 삼성생명에 대한 현장점검을 진행할지 검토 중이다.



◇암 보험금 분쟁…요양병원비는 암의 직접치료일까 간접치료일까

올 한 해 생보업계는 암 보험금 분쟁으로도 골머리를 앓았다. 암 보험금 문제는 생보사들이 암 보험 가입자들에게 요양병원 입원비를 보험금으로 지급하지 않자 민원인들이 지난 3월 금감원에 단체 민원을 넣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핵심은 요양병원 입원을 암 치료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암 보험 약관은 '암의 직접적 치료일 때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했다. 환자들은 요양병원 입원도 암 치료의 연장이기 때문에 암 보험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보험사들은 암 수술 후 면역력 강화나 연명치료 등을 위해 요양병원에 입원한 경우 암의 직접치료가 아니라고 판단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9월 삼성생명이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진료비를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삼성생명이 이에 대한 답변을 연기한 와중에 이상묵 삼성생명 부사장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삼성생명은 결국 암 보험에 대한 금감원 권고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삼성생명은 약 1천만 원의 요양병원 입원비를 민원인에게 암 보험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손해율 높은 실손 보험료 인상…금융당국과 '가격 줄다리기'

병·의원 의료비를 보장하는 개인 실손의료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3천만 명을 훌쩍 넘는 '국민보험'이지만 손해율이 120%를 상회할 정도로 높아 보험사들로서는 팔면 팔수록 손해인 '애물단지'와도 같다. 올해도 보험업계는 실손 보험료 인상을 두고 금융당국과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보험업계는 올해 상반기 손해율이 122.9%에 달하는 개인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을 추진했지만, 금융당국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문재인 케어)을 통해 보험업계가 얻게 될 반사이익을 고려하면 내년도 실손 보험료를 인하할 여지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금융당국은 문재인 케어로 인한 반사이익을 반영하면 실손 보험료 인상이 상당 부분 억제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보험사들은 이달 중순경 내년 보험료 조정폭을 결정해 보험개발원에 검증을 의뢰할 계획이다.



◇자동차 보험료 인상 놓고도 '눈치전'

금융당국은 손보사의 자동차 보험료 인상에도 제동을 걸었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적자 확대와 정비 요금 상승 등으로 올 연말 보험료 인상 채비에 나섰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생활물가 인상으로 많은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보험료 인상 움직임을 억제하려 애썼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던 손보사들은 결국 보험료 인상 요인을 감당치 못해 이르면 이달 자동차 보험료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적정 수준인 77%를 훨씬 웃도는 90%를 넘어선다. 손보업계는 인상 폭으로 3.0~3.5%대를 고려하고 있다.



◇보험업계 '공룡' 된 GA… 600%까지 치솟은 시책 경쟁

GA(보험 독립대리점) 덩치가 커지며 보험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대되자 손해보험사가 GA 소속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시책(특별수당)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시책은 보험사들이 GA에 자사 보험을 파는 대가로 지급하는 판매(모집) 수수료 외의 수당이다.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고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GA는 시책을 많이 주는 보험사 상품을 많이 팔기 마련이고, 손보사는 보험계약의 절반 이상을 GA를 통해 판매하기 때문에 시책 경쟁이 붙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소속 설계사가 3천 명 이상인 대형 GA가 13개에 달하는 등 최근 GA가 보험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시책 경쟁은 과도해졌다.

일부 손보사는 인보험 신계약 시 GA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시책을 500~600%까지 높여 무리한 영업을 벌였다. 금융당국은 통상 200~300%를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과도한 시책 지급이 무분별한 상품 판매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며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IFRS17·K-ICS 도입 1년 연장…보험사 '안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지난달 14일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시기를 2021년에서 2022년으로 1년 미뤘다. 이에 따라 국내 보험사들도 IFRS17 시행에 앞서 1년의 유예 시간을 추가로 확보했다.

금융위원회는 IFRS17 도입 시점에 맞춰 새 건전성 감독회계기준인 신(新)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도 IFRS17과 연동해 2022년으로 미뤘다. 이에 따라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던 보험사들은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다만 IFRS17 및 K-ICS 도입 시기가 연기됐더라도 보험사의 준비가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국내 모든 보험사는 지금껏 준비하던 대로 2019년까지 IFRS17에 대비한 결산시스템 구축을 완료해야 하며 금융당국의 K-ICS 규정화와 규준 제정 작업도 당초 일정대로 진행된다. 금감원은 내년 K-ICS 2.0 버전을 토대로 보험사에 대한 계량영향평가(QIS)를 또다시 실시해 내년 말 최종안을 확정 지을 방침이다.



◇경기 침체로 인한 '립스틱 효과'일까… 미니보험 열풍

경기 침체의 분위기가 보험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보험업계에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저렴한 보험료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미니보험' 출시가 잇따랐다. 미니보험은 낮은 보험료를 내고 특정 질환이나 상해를 집중적으로 보장하는 알짜 보험상품을 뜻한다.

삼성생명은 지난 9월 커피 한두 잔 값의 연간 보험료로 주요 암을 보장받을 수 있는 '미니 암보험'을 출시했다. 처브라이프생명(옛 에이스생명)은 20세 여성의 경우 월 180원으로 가입 가능한 유방암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연간 보험료를 따져도 2천 원 수준이다. 라이나생명은 월 보험료가 9천900원인 암 보험과 치아보험을 내놨다.



◇홈쇼핑·방카슈랑스 보험계약 '뚝'…온라인 보험 시대 올까

스마트폰 보급과 이용이 일상화되는 등 시대 변화에 따라 보험사의 주력 판매 채널도 바뀌고 있다. 홈쇼핑 보험판매와 방카슈랑스는 이제 감소세에 접어들고 있고 온라인이 주요 판매 창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홈쇼핑 보험판매는 감소 추세다. 홈쇼핑을 통해 판매한 상품들의 불완전판매비율이 높고 민원이 많이 발생하자 보험사들이 판매 상품군을 축소하거나 아예 판매를 중단하고 나선 것이다.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홈쇼핑 보험판매는 지난 2003년 허용된 후 연평균 4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다가 2012년부터 정체를 보인다. 특히 지난해 판매금액은 전년보다 약 16.5% 급감했다.

은행 영업점 창구에서의 판매 비중도 줄어들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10대 생보사의 올해 1분기 초회보험료 기준 방카슈랑스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1.6%포인트 떨어진 74.2%를 기록했다.

반면 온라인을 통한 보험판매 실적은 아직 미미하지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손보사의 다이렉트(인터넷) 채널 실적을 살펴보면 자동차보험의 다이렉트 판매비율은 2010년 22.9%에서 지난해 35.4%로 크게 확대됐다. 다만 아직은 온라인을 통해 판매되는 상품이 단순하고 고객이 이해하기 쉬운 상품군에 치우쳐 있다는 평가다.



◇핀테크 업체, 보험시장에 도전장 내밀다

머잖아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이 합쳐진 '인슈테크'가 보험업의 패러다임을 바꿀지도 모른다. 최근 간편 송금업계 1위인 토스가 보험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핀테크 업체들이 속속 보험시장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보험업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에 따르면 토스는 자회사 형태로 토스보험서비스를 설립해 이달부터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간편 송금 서비스를 통해 이미 1천만 명의 고객을 확보한 토스는 이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보험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토스가 보험업계 진출을 선언하자 기존 보험사들은 긴장하고 있다. 토스 외의 핀테크 업체들도 속속 보험시장에 뛰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핀테크업계와 기존 보험사는 고객의 보험가입 내역을 보여주는 '내보험다보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보험협회와 한국신용정보원은 핀테크 업체들이 이 서비스를 자사 서비스인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며 이들의 데이터 접근에 제동을 걸었다. 한국신용정보원은 접속방식을 회원가입으로 변경할 것을 예고한 상태다.



◇오렌지라이프·롯데손보…생·손보사 매각·합병 활발

올 한해 보험업계에는 매각과 인수합병(M&A) 이슈가 끊이지 않으면서 업계 지형도가 바뀌기도 했다.

우선 비은행 부문 덩치를 키우고 싶어하는 금융 지주들이 나섰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8월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을 인수하며 1등 금융그룹의 지위를 탈환했다. 보험사 M&A를 눈여겨보는 지주사는 신한뿐만이 아니다. 내년 초 지주로 전환하는 우리은행도 보험사 M&A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하나금융 역시 지주 덩치를 키우기 위해 보험 비중을 늘리는 데 관심이 많다고 전해진다.

최근 롯데그룹은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사가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르기 위해서다.

M&A 리스트에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는 보험사들도 있다. 중국 안방보험의 국내 자회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안방보험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해외 자산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며 매각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MG손보의 경우 매각 난항을 겪으며 유상 증자로 방향을 돌렸지만 여전히 M&A 가능성이 남아 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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