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기준금리 역전'…자본 유출은 없었다

올해 3월 미국이 기준 금리를 1.25~1.50%에서 1.50~1.75%로 인상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10년 7개월만에 역전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6월과 9월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오는 12월에도 인상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최대 75bp 차이까지 역전됐다. 다만 우려했던 자본 유출은 채권시장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내외 금리차 확대가 부담스럽다면서도 "자본유출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연준은 또 최근 금리 인상 기조를 약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내외금리 역전폭 확대에 대한 시장의 부담도 한결 덜어질 전망이다.



◇커브 플래트닝이 '대세'…초장기물 금리 역전은 '뉴노멀'

올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11월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까지 미뤘고, 그 사이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3.0%에서 2.7%로 내려왔다.

이에 따른 국채 금리의 반응은 수익률 곡선 평탄화(플래트닝)였다.

국채 3년과 10년물 금리의 스프레드는 올해 초 40bp 수준에서 지난 4일 18.8bp까지 떨어졌다.

한편 20년·30년 만기의 초장기물 국채 금리는 올해 10년물 금리보다 낮았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구조적 원인이 주요인인데,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다는 일반적 기대를 벗어난 금리 역전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뉴노멀'이 돼버린 셈이다.



◇뜬금없이 중요해진 고용지표

올해는 과거 주목받지 못했던 고용 상황이 갑자기 시장의 핵심 지표로 부상한 해였다. 신규 취업자 수가 급격히 추락하면서 경제 정책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신규 취업자 증가 규모는 1월 33만4천 명에서 2월 10만4천 명으로 떨어졌다. 7월에는 5천 명, 8월에는 3천명 증가라는 충격적인 숫자가 나왔다.

고용지표 악화는 시장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약화했고, 악화한 고용 통계가 나올 때마다 시중 금리는 하락했다.

다만 8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은 관계자는 고용 악화의 상당 부분이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고용이 통화 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선을 긋는 모양새를 취하기도 했다.

이후 9월 신규 취업자 수가 4만5천 명, 10월 6만4천명으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고용에 대한 관심은 다소 줄어든 상황이다.

◇ '경기 침체다 vs 아니다' 논쟁 뒤 확연해진 둔화세

올해는 경기 둔화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던 한 해였다.

지난 5월에는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 '경기침체 초입' 발언에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성급하다'고 응수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 등 민간 기관보다 높은 3%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고수하던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하반기 들어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경기 둔화를 사실상 시인하기도 했다.

경기 둔화는 점점 더 가리기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 보고서에서는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7개월 연속 하락한 98.4를 나타냈다.



◇ 브렉시트와 이탈리아 예산안 우려…자꾸 되살아나는 위험 요소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협상과 이탈리아의 예산안 문제는 올해 꾸준히 채권시장을 괴롭힌 이슈다.

잊을 만 하면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국 채권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은 지루한 협상 끝에 지난 11월 25일(현지시간) 브렉시트 합의안에 공식 서명했다.

그러나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협상안이 영국 내부의 정치적 역풍을 맞으면서 테리사 메이 총리의 입지까지 불안해졌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6월 포퓰리즘 정부가 등장하더니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2.4%로 확대하겠다고 결정했다. 이탈리아의 국가 부채가 GDP의 131%에 달하는 상황에서 우려를 일으킬 만한 수준이다.

이후 EU가 이탈리아의 예산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제재 절차까지 거론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기존 태도를 다소 바꿔 적자 범위를 GDP의 2% 이내로 축소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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